알랭 드 보통 "불안"을 읽고
지금 불안하신가요?
저는 불안합니다. 하긴 불안하지 않은 적이 있을까 싶네요. 항상 불안 속에 살았던 것 같아요. 어떤 때는 미래에 대한 불안, 어떤 때는 이성에 대한 불안, 발표를 하기 전 불안,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 불안 등등 항상 불안은 나와 함께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불안을 정의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불안이 뭔데?라고 물어보면 그냥.. 불안은 불안이야. 어떤 느낌인지 알지?라고 말했던 것 같아요.
매번 옆에서 나를 흔들리게 하던 불안이라는 존재를 한 번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알랭 드 보통은 이런 불안이 어떤 존재인지 어디서부터 왔는지 왜 지금도 사람들이 이 녀석 때문에 괴로워하는지 조사하기 시작했고, 원인과 해결 두 가지 목차로 나누어 책을 썼습니다. 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알랭 드 보통 "불안"을 읽고 불안에 대해 생각해 본 점입니다.
개인적인 해석과 시각이 들어있는 관계로 저자의 의도와 100% 일치하지 않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책을 읽고 난 후 느낀 불안의 원인은 "불평등"이라 생각합니다. 네, 불안은 상대방 혹은 어떤 것과 관계가 불평등할 때 생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답장이 올까 안 올까 불안하고 초조하지 않나요? 네 나와 그녀와 관계가 대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더 아쉽고 그립기 때문이죠. 미래에 대한 불안은 현재와 미래가 대등한 관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재가 행복하다고 해서 미래도 행복한 게 아니기 때문이죠. 발표를 할 때 떨리는 불안은 나와 청중 간의 관계가 대등하지 않은 것이죠. 어찌 보면 평가받는 입장이기 때문이죠. 알랭 드 보통은 불안한 것은 바로 "불평등" 한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욕망" 이 있기에 "불안"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 더 나아가 현재 사회는 "욕망"으로 지어진 사회이기 때문에 "불안" 은 사회 시스템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감정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욕망"과 "불안"을 먹고 자란 것이 지금의 사회이고 이 속에 포함된 우리는 당연히 불안을 느끼며 살 수밖에 없습니다. 간단하게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 그러면서 나는 뒤쳐지고 있는 것 같은 "불안"을 느낍니다. 소수의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 계발서들이 많은 대중들에게 읽히기 시작하고 내가 비록 흙수저이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욕망"을 심어줍니다. 동시에 "불안"도 함께 생깁니다.
사회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욕망"을 주입시킵니다. 명품, 돈, 성공, 권력, 관심. 우리는 남에게 관심받고 싶어 합니다. 사회적으로 관심을 많이 받는 "인싸"가 기억되고 부귀영화를 누립니다. 모두가 "인싸"가 되기를 원하고 모두가 "아싸"를 기피합니다. 네 우리는 "욕망"을 쫓아 발버둥 치고 "아싸"가 되지 않기 위해 매일 불안 속에 삽니다. 유행에 뒤쳐지면 안 되고, 남들이 다 가본 해외 유명 관광지는 나도 가봐야 하고, 명품 하나쯤은 들고 다녀야 하고, 사람들이 성공했다고 여길 만한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옛 중세시대 때는 농부로 태어났다면 죽을 때까지 농부였습니다. 노비였다면 죽을 때까지 노비였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나의 혈통은 정해졌고 나의 직업이 정해졌고 앞으로 삶이 어떠할지 다 정해졌습니다. 극소수가 그렇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그때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할 필요도 없었고 성공을 위해 아등바등거릴 필요도 없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밭을 갈고 저녁에 들어와서 술 한잔 먹고 그런 삶에 만족하면 되었습니다. 불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에 비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기본 사회의 틀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불안"이 시작되었습니다.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고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직업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시대가 오니 소수의 성공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모두가 그 처럼 되려고 발버둥 치기 시작했습니다. 성공확률이 매우 낮지만 나는 다르다. 너는 다르다.라고 끊임없이 사회와 미디어가 만들고 있죠. 조금의 확률이 있으면 다시 불나방처럼 뛰어듭니다. 나는 할 수 있다라고요.
"욕망"과 "불안" 덕분에 사회는 매우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욕망"덕분에 사회가 발전했고, 기술이 발달했고,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은 이전의 불안이 없던 시대를 그리워하면서도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전을 그리워하기보다 "불안"이라는 녀석의 본질을 정확히 마주 봐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불안"과 "욕망"을 동력으로 삼아 움직이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절대 "욕망"과 "불안"을 피할 수가 없죠.
자 원인은 알았으니 이 녀석을 해결할 방법이 있어야겠죠.
해결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 욕망을 추구하되 나 자신을 알라.
욕망을 끊임없이 추구하다 보면 돈과 권력, 성공에 굶주린 괴물을 됩니다. 알랭 드 보통은 자신만의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뿌리가 단단한 나무가 흔들리지 않듯이 외부의 유혹도 자신만의 단단한 가치관으로 견딜 수 있다는 것이죠. 불안도 상대적으로 적어질 것이라고. 그리고 그러한 철학은 여행, 책, 예술작품, 경험 등 여러 가지를 통해서 형성된다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어릴 때는 많은 경험과 작품들을 만나면서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내는데 노력을 해야 합니다. 사물을 분별하며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고 주변의 흔들림에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는 가치관으로 형성하는 것이 불안 속의 사회에서 흔들리지 않는 법입니다.
2. 사회를 정면으로 돌파하거나 함께 적응하거나
많은 사람들이 흔들리는 자신을 잡기 위해 종교를 이용합니다. 종교는 특히 공동체적 종교는 흔들리는 마음을 하나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혼자서 이겨내기 힘든 의지도 종교와 공동체 속에서는 안정적이 될 수가 있는 것이죠. 그런 점을 이용하는 사이비 종교도 생겨서 사람들을 괴롭히지만 그 내면에는 누군가 잡아주었으면 하는 불안을 이용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다른 쪽에서는 정면으로 사회를 부정합니다. 보헤미안 스타일이라고 부르는 극도로 자유를 추구하는 존재들이 생겨납니다. 기존의 사회 시스템을 부정하고 그런 사회와 동떨어진 삶을 살기도 합니다. 이게 정답이다 오답이라는 논하는 것보다 이런 방식으로도 해결하려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면으로 맞서는 존재들이 있기에 사회가 다양해지고 장기적으로 더 나은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 믿습니다.
알랭 드 보통은 사실 쉬운 책은 아닙니다. 다른 분들은 이 책을 읽고 저와 다른 생각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제가 제대로 읽었는지 잘 모르겠군요. 그래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불안"이라는 존재에 대해 무심코 지나갔는데 보다 정확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불안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불안은 없애려고 하는 것보다 불안을 인정하고 내가 단단해지는 쪽을 선택하고자 합니다.
여러분 지금 불안하신가요? 네 저도 불안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게 정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