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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Apr 26. 2019

베트남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닌 가치를 판다.  

스타벅스는 철저히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고 있다. 브랜드의 명품화를 말이다


베트남은 커피왕국이다. 수많은 카페들이 도시 곳곳에 있다. 아마 한국 못지않게 카페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들은 자신만의 브랜드를 앞세워 빠르게 점포를 늘리며 베트남에 진출하고 있다. 하이랜드나 커피 하우스 등 토종 커피 브랜드들은 점포수가 급격히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유독 글로벌 브랜드인 스타벅스의 점포 수는 여전히 적다. 호치민과 하노이, 전국(하이퐁, 다낭 각각 1곳)을 다 합쳐도 겨우 50개도 안 되는 수준이다. 한국은 이미 1000개가 넘어간다지? 


최근 구독하는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좋은 인사이트를 주셔서 매번 베트남에 대해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다만, 스타벅스에 관해 조금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하고 싶어 스타벅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정말 스타벅스가 베트남에서 힘들어할까?

다른 커피 브랜드와 달리 유독 점포수가 느린 이유는 무엇일까? 


2018년 11월, 스타벅스 베트남 CEO인 Patricia Marque의 인터뷰에서 스타벅스의 베트남 전략을 엿볼 수 있었다. 



Starbucks Vietnam CEO Patricia Marque, 출처: https://e.theleader.vn/


1. 스세권. 돈이 흐르는 곳에 스벅이 있다. 

 스타벅스는 다른 커피 브랜드에 비해 높은 가격이다. 한국도 처음 스벅이 들어왔을 때 다들 기겁을 했다. 밥 한 끼와 맞먹는 커피값이라니!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랬던 스벅이 지금은 골목마다 있을 정도로 많아졌다. 실제로 베트남에서도 스벅은 다른 카페에 비해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스세권을 생각한다면 밥 한 끼보다 비싼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구매력이 되는 지역에만 스벅이 진출한다는 것이다. 한국도 스세권이라 불리면서 스벅이 있는 곳 옆에 자리를 마련하라 할 정도로 스벅의 진출전략은 철저한 조사 후에 이루어졌다. 스타벅스의 상권분석 전략은 언론에서 많이 다뤄질 정도로 유명했다.


"We do not find cheap locations; we prefer the right ones. In Vietnam, we do business to make money, not to save money, " emphasised Patricia.

"우리는 싼 곳을 찾지 않습니다. 확실한 곳을 원합니다. 베트남에서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함이지, 절약하기 위해 사업하지 않습니다." (저의 임의대로 번역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스타벅스는 철저히 구매력 높은 지역 진출 전략을 고수하고 있었다. 


호치민에서 스벅이 있는 곳을 자세히 보라. 주로 부촌 지역이거나 주요 대형 쇼핑몰, 관광지 위주로 스벅이 들어서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특히 한국인 같은 외국인들) 은 오히려 자국보다 싼 가격에 스벅을 먹을 수 있다고 개의치 않아한다. 관광객들도 친근한 스벅에서 커피를 마신다. 최근 가장 핫 했던 빈홈 랜드마크와 에스텔라 쇼핑몰은 개장하자마자 스벅이 이미 들어왔다. 돈이 돌아가는 곳은 어김없이 점포를 늘리고 있다. 





2. 무리한 점포 경쟁을 하지 않는다. 

 커피하우스와 하이랜드는 창업 후 엄청난 속도로 점포를 확장했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점포 확장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었다. 옆 나라 태국이나 필리핀, 말레이시아와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베트남 스타벅스의 철저한 전략 때문이었다. 


"We did not compete to open more stores"

"우리는 점포 확장 경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Patricia Marque는 단기간의 성적에 바라보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무리한 확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에서도 카페베네처럼 무리한 확장으로 실패했던 사례를 보아도 아직 성숙되지 않은 베트남 프리미엄 커피 시장에서 무리한 점포 확장 경쟁을 하지 않는 점은 개인적으로 찬성하는 바이다. 베트남이 아무리 빠르게 성장한다고 해도 커피를 5만 동 이상 가격으로 마실 수 있는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3.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다. 

2017년은 그야말로 밀크티의 해였다. 밀크티 전문점에는 길이 너무 길어서 하나 사기도 힘들 정도였다. 17년 이후 밀크티 카페가 우후죽순 늘어났다. 이 시기에 공차, 더앨리, 로열티, 코이 등등 해외 및 현지 밀크티 브랜드들이 급격한 성장을 이루어냈다. 또한 일하면서 접했던 베트남 여성들은 커피보다 마차나 홍차, 스무디 등 커피보다 차나 달달한 음료들을 더욱 선호했다. 베트남 남성들의 경우는 연유를 넣어 마시는 베트남 식 카페 쓰어다에 더욱 친근했다. 그래서 하이랜드나 레전드 커피, 푹롱 등 시장을 주도하는 다른 커피 브랜드들은 너도 유행과 취향에 맞게 다양한 메뉴들을 준비했고, 홍보했다. 스벅은 어땠을까? 그냥 시즌별 진행하는 행사 음료 외에 딱히 메뉴를 더 추가하거나 달리 하지 않았다. 그냥 다른 나라와 똑같이 커피를 팔 뿐이다. 


"The Vietnamese do not want us to change the recipes. They want to enjoy a cup of Starbucks drink that tastes the same as in any Starbucks stores in the world, "

"베트남 사람들은 레시피 변경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스벅에서 다른 나라와 똑같은 맛을 즐기기를 원합니다." 


베트남에서 스타벅스는 명품과 같은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국에서도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면 허세를 부린다고 했던 적이 있다. 허세는 명품과도 같은 사치품을 이용할 때 붙이는 단어이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마시러 가는 곳이 아니다. 베트남 사람들도 아이폰을 가지고 싶어 하고, 벤츠를 타고 싶어 하고, 구찌나 샤넬 백을 들고 명품 옷으로 치장하고 싶어 한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스타벅스는 명품과도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스타벅스에서 자신의 가치를 표시하는 명품을 즐기러 가는 것이다. 


여담으로 내가 사는 2군이나 빈홈에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북적거린다. 특히 응웬훼 광장 스벅과 콘티넨탈 호텔 스벅은 이쁜 친구들이 온다는 소문까지 났다.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소문입니다.)

 



하노이와 호치민에 오픈한 프리미엄 매장 리저브 오픈


4. 차라리 더 비싸게 

2017년 하노이 호안끼엠과 호치민 1군 통일궁 주변에 스타벅스 프리미엄 브랜드 리저브 매장을 오픈했다. 안 그래도 비싼데 리저브는 그거보다 더 비싸다. 싸게 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가격이 더 높은 프리미엄 매장을 오픈했다. 철저히 돈 있는 사람들이 오는 카페. 명품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리저브 매장은 실제로 2번 정도 방문했는데 특히 주말에는 3층짜리 건물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여보세요. 여기 겁나게 비싼 곳이에요.. 




5. 스타벅스는 돈을 못 벌고 있는 것일까? 

  

출처: https://english.vietnamnet.vn



2018년 11월 하이랜드의 매장 수가 233개로 압도적으로 많고, 그 뒤를 커피하우스가 뒤따르고 있다. 스타벅스의 점포수는 40개 정도로 적은 수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매출은 어느 정도 일까? 2018년 11월 기사의 17년 하이랜드 매출이 VND1.24 trillion ($53.23 million)이라 발표되었다. 그리고 이 수치는 커피하우스의 8배, 푹롱의 4배, 스타벅스의 3배에 달하는 수치라 발표했다. 2017년 스타벅스 매출은 VND449 billion으로 16년보다 50% 증가했고 15년보다 2배 증가한 수치였다. 게다가 13년 진출 이후 첫 3년은 적자였지만 16년부터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발표되어있다. 

매출을 매장당 나누어 매장당 매출로 본다면 하이랜드는 매장당 VND 5.56 billion이고, 커피하우스는 대략 VND 1.16 billion (하이랜드 매출의 1/8로 계산)이고, 스타벅스는 무려 매장당 매출이 VND 10.95 billion 이 된다!!

 스벅은 이미 구매력 높은 중산층 이상의 고객들을 꽉 잡고 있다는 뜻이 된다. 앞으로 경제가 계속 발전하면서 중산층의 성장이 계속 이루어질 텐데, 스벅은 장기적으로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여 계속 고객들이 유입되도록 하고 있다. 지금 같은 전략이 계속 이루어진다면 10년 뒤에는 정말 스타벅스 천국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커피값 지출이 너무 많으니 스타벅스 출입을 좀 줄여보라는 아내의 권유에 LA 경찰청 소속 어느 형사가 했다는 대답이다.

“단지 커피 한 잔 때문에 그곳에 가는 게 아니야. 내가 하는 일은 때론 목숨을 걸어야 하는 거친 일이야. 그 와중에도 매일 의지가 되는 한 가지는 스타벅스 매장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느낄 수 있는 따뜻한 기분이야.”

- 출처, 하워드 슐츠 "On Ward", http://publish.gisutd.com/?p=4259&ckattempt=1 -


베트남에서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카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타벅스는 커피 이외의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 명품으로써의 가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스타벅스의 느린 행보에 오히려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들은 철저히 자신들의 가치를 알고 있다. 그래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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