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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Sep 18. 2019

일상의 사물에 새로운 매력을 부여하는 것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 시골과 도시에 대하여 



내용을 수탉이 울고,
냇물은 흐르고,
작은 새들은 지저귀고,
호수는 반짝거린다.....,
산에는 기쁨이 있다.
샘에는 생명이 있다.
작은 구름들은 하늘을 날고,
파란 하늘은 드넓게 펼쳐져 있다.


시골과 도시에 대하여 챕터의 안내자인 워즈워스의 시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이런 시는 아무렇게나 즐거움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그 배후에 자연에 대한 심오한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레이크 디스트릭트라는 작은 시골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워즈워스와 함께 이야기를 시작한다.
워즈워스는 생의 대부분을 이곳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보냈으며, 이곳에서 많은 시들을 남겼다. 자연에 대한 그의 찬양은 곧 많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으는 명소로 발전시켰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곳들은 모두 명소가 되었다.)
워즈워스는 도시가 생명을 파괴하는 여러 감정을 만들어낸다고 비난했다.
그가 본 도시의 삶은 부족하지도, 행복을 좌지우지하지도 않는 것들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곳으로 보였다.

워즈워스는 런던의 집에서 이렇게 썼다. "한 가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다. 어떻게 이웃에 살면서도 서로 낯선 사람으로 살아갈까. 심지어 어떻게 서로의 이름도 모를까? " p.180

나는 어릴 때는 시골에서 할머니와 삼촌 밑에서 자랐다. (물론 거의 대부분 기억이 없는 상태이다.) 유치원을 다니게 되는 나이가 되었을 때, 부모님을 따라 도시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20년이 넘는 시간(인생의 대부분)을 도시에서 살고 있고, 도시의 삶에 적응했다. 시골의 삶을 동경하면서도 도시가 주는 편리함에 도취되어 시골의 삶의 불편을 느끼곤 한다. 역시 집이 최고야라는 말을 남기며 도시로 되돌아오곤 했다.
서로가 주는 장단점이 있지만, 워즈워스의 말처럼 도시의 삶에는 이웃은 없는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바로 옆집이 우리 또래 아이가 살아서 자주 왕래를 한 적은 있지만, 그 친구를 제외한다면 이웃보다는 학교 친구, 성당 친구가 더 어울렸던 것 같다. 엘리베이터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로 항상 가득 차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침묵은 어찌 보면 당연한 관례가 된 것 같다.


내가 세상과 뒤섞이면서도
내가 가진 소박한 즐거움에 만족하며,
하찮은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을
멀리하며 살아왔다면,
그것은 그대 덕분이다.....
그대 바람과 요란한 폭포..... 그대 덕이다,
그대 산이여, 그대의 덕이다, 오 자연이여!


" 워즈워스는 자연이 우리로 하여금 삶에서, 그리고 서로에게서 "바람직하고 선한 모든 것"을 구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자연은 올바른 이성의 이미지로서 도시 생활에서 나타나는 비꼬는 충동들을 진정시킨다는 것이다. p.189

나의 고향 창원에 성주사라는 절이 있다. 시끄러운 도시 속에서도 조용하면서 경치가 끝내주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성주사라는 절 자체가 유명한 절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오지만, 평일날 자전거 타고 가서 멍하니 대웅전 안에서 무릎 꿇고 있으면 새소리와 함께 마음까지 평안해진다. 자연이라는 곳은 나도 모르게 평화를 느끼게 되는 건 무엇일까? 한 번도 의문을 가진 적이 없었지만, 글을 읽으면서 자연이 가져다주는 편안함과 안정감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왜일까? 어째서 폭포나 산 등 자연에 다가가게 되면 혼잡한 거리를 다가가는 것보다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을 험할 가능성이 적어지는 것일까? 

윌리엄 워즈워스는 이에 대해 우리가 함께 있는 사람 (혹은 사물)에 따라서 변한다는 원칙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즉, 우리는 어떠한 사람과 사물에 대해 관계를 맺고 있다. 한 사람을 보면 감수성이 풍부해지고, 행복해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을 보면 미워지기도 한다. 즉, A라는 사람에 의해서 B가 어떤 감정을 받게 된다. B가 A가 없는 다른 환경에 있다면 가지고 있는 감정 역시 바뀐다는 것이다. 도시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많은 사람과 사물에 의해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은 특히, 시골은 나에 대한 의식적 관심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받는 감정 역시 도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자연 역시 그 주위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유익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 자연의 모습은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암시하는 힘이 있으며 - 떡갈나무는 위엄, 소나무는 결단, 호수는 침착 - 따라서 크게 눈에 띄지 않으면 서고 미덕에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 p.190


사람들이 서로서로 자연과 일치하는 감정을 가진다면 도시에서도 자연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의 사물에 새로운 매력을 부여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관습에 따른 무관심에서 벗어나 우리 앞의 세계의 아름다움과 경이를 발견하게 함으로써 초자연적인 것을 만났을 때와 유사한 느낌을 맛보게 하는 것. " p.194
사물에 새로운 매력을 부여한다는 것. 무관심에서 벗어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 워즈워스의 시를 보면서 콜리지는 이렇게 천재성을 규정했다.

"이 수많은 풍경들이 내 마음 앞에서 둥둥 떠다니는 지금 이 순간, 내 평생 단 하루도 이 이미지들로부터 행복을 얻지 못하고 지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큰 기쁨이 밀려온다." p.197
워즈워스는 "시간의 점"이라는 표현을 한다. 알프스를 여행하다가 자신에게 정말로 기억 속에 남겨놓을 풍경을 보고 나서 그는 현실의 어려움이 있을 때 그때의 여행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해방감을 맛본다는 의미에서 "시간의 점"이라는 표현을 썼다.
작가 역시 여행을 다녀온 후 일과 삶에 지쳐 있을 때,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여행했던 꿈같던 하루를 생각하며 지금의 근심을 떨치곤 했다.



이 챕터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두 가지인 것 같다. 시골과 도시에 대해서, 그리고 자연 특히나 멋진 풍경이 가져다주는 의미에 대해서이다. 자연 속으로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감정들에 대해서,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영향을 최대한 많이 느끼고 가슴에 새기기 위해서 우리는 사물을 보는 것에 멈추는 것이 아닌, 매력과 아름다움을 발견해보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멋진 풍경을 가슴 깊이 새겨놓았을 때, 다시 힘든 삶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에게 잠시나마 근심을 덜게 해주는 역할을 해줄 것이다.



사람이 없는 시골이나 산속 깊은 곳에 들어가 보면 나도 모르게 편안해지고 안정감이 든다. 평화롭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우리는 사람과 사물에 끊임없이 서로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마치 만유인력처럼 말이다. 도시에서의 삶은 그 영향이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일방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자연은 우리에게 항상 좋은 영감과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렇기에 미안하기도 한다. 나는 안 좋은 것들만 잔뜩 들고 와서 내려놓고 가고 좋은 영향만 잔뜩 얻고 가는 것 같다.


여행을 할 때도 조용하고 사람이 없는 곳을 선호한다. (굉장히) 그러다가도 사람들과 술 한잔 하면서 어울리는 것도 좋아한다.


그 두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면 서로에게 긍정과 기쁜 영향을 준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시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시의 정제되지 않은 수많은 영향을 피해 이따금씩 시골로 내려가 혹은 자연 속으로 내려가 다른 영향을 받고 오는 것도 추천한다. 도시의 지친 삶에서 한 번씩 생각나게 하는 즐거움이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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