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2)
이 글은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갔던 부분들을 따로 발췌해서 저의 생각을 함께 담았습니다. 파트별로 나누어 리뷰를 썼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다른 리뷰도 보러 오세요!
‘금세’를 안 하면 어른이 될 까.
어른이 되면 ‘금세’와 멀어지는 법이라고. 무언가를 열망하는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뭔가를 금세 하고 싶어 하는 것, 반대로 금세 싫증 내는 일 역시 젊음의 고유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는 꿈이 뭐야?라는 질문은 어린 친구들에게 많이 한다. 어릴 때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다. 초등학교 때는 1년마다 장래희망이 바뀌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고를 수가 없었다. 꿈과 도전은 젊음의 고유한 상징처럼 이야기한다. 젊었을 때 해야 한다. 지금 안 하면 못 해라던가. 어른이 되어갈수록 꿈이나 도전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어른이 되면 될수록 잃을 것이 많으니 어렸을 때보다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기도 포기하기도 힘들어지는 것 같다.
어른들 이야기는 재미없어.
어른들이 하는 대화는 재미없다. 어른들은 ‘무엇이’,’왜’,’어떻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무엇이’,’왜’,’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해’라고 말하는데.
어린 왕자에 나오는 모자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나는 이렇게 생각해"가 점점 부족해진다. 나를 표현하기보다 여러 사람 중에 나가 되고 싶어 해서 일까. 그러다 보니 남들이 가는 길. 남들이 좋아하는 것.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 남에 의해 평가를 받고,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인생이 꼭 재미있어야만 할까
재미없는 인생이 이상한 게 아니라 계속 재미있기만 한 인생이 특이한 거다.
가끔은 아무 일 없고 지루해줘야 새로운 재미도 느껴지는 것을. 심지어 아무 일 없는 게 더 좋을 때도 있는 것을.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려운 거야”
10대 사춘기 시절에는 내가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나는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고 지구에 왔으며 너희들과 다른 존재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손에서 흑염룡이 나오는 것만큼 오글거리는 생각이지만, 당시에는 진지했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취준생 시절 15년 지기 친구와 술 한잔 하면서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 나는 아버지만큼 살면 좋겠다고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아버지만큼 사는 것도 대단한 꿈이더라. 평범한 게 결코 평범한 게 아니더라. ' 꿈과 도전, 자기 계발서에서 너는 특별한 존재라고 연일 이야기한다. 나는 평범한 게 특별한 것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재미없어지고 나서야 할 수 있는 일
금방 싫증 내는 성격 때문에 긴 방송 작가 경력에도 꾸준히 일한 프로그램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어느새 빼도 박도 못하는 어른의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에 쥔 게 없다.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 중에서)
‘어떤 일을 매일 한다.’는 말은 왜 이리 사람을 숙연하게 만드는가.
자기 마음과는 다른 대중들의 의견에 기가 죽어서,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던 후배에게 디제이 배철수 씨는 이런 말을 해주었다고 한다. “무조건 오래 해. 꾸준히 계속하다 보면 나중에 그런 이야기는 다 없어져.”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이 갔던 구절이다. 나 역시 하고 싶은 것이 많아 이것저것 일 벌이기 좋아했다. 무언가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발만 살짝 담그고 힘들다고 포기한 것들 뿐이었다. 무엇 하나 잘한다고 이야기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나만 꾸준히 오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위대한 일인지 나이가 들어서야 알았다. 그런데 지금도 꾸준하지 못하다는 게 함정.
엄마는 언제부터 엄마였을까
엄마는 언제부터 뭐든 다 아는 사람이 되었을까.
엄마는 언제부터 모든 걸 다 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걸까.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을 텐데.
엄마는 아는 척하지 않고도 다 알고
모르는 척하면서도 다 아는 사람.
그런 이유로 나는 엄마가 될 준비가 아직 안 된 것 같다.
홰 내기: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거랑 비슷해.
된다는 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거랑 비슷해.
엄마는 엄마가 되고 싶었을까.
아니면 엄마가 되어버린 걸까.
엄마는 엄마가 된 엄마가 마음에 들까.
아니면 엄마가 되지 않았을 엄마를 꿈꿀까.
아로리: 누군가를 돕는 건 엄청 부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가 하는 일 중에 가장 부자연스러워.
그 부자연스러운 짓을
부모가 되면 평생 해야만 하는 거야.
엄마는 대체 언제부터 엄마였을까.
취준생 시절, 어머니가 아프셔서 병원에 같이 간 적이 있다. 어머니가 아픈데 자꾸 내가 어디 아픈데 없는지 물어본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어머니에게 약간의 투정을 부렸다. 나는 애를 낳으면 10대에 학원을 보내지 않겠어. 지금 생각하니 그때 좋아하는 것들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머니는 그때 이렇게 말했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어. 그렇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고, 잘 키우는 방법이라 믿었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엄마는 엄마의 역할을 200% 하셨다. 내가 문제였지. 솔직히 아빠가 되는 것이 겁이 난다.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의심이 들었다. 집에 가는 길에 어머니의 20대 시절 꿈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당시에 꿈 많은 아가씨였다. 그렇지만 나를 놓고 꿈을 가슴속에 묻어두고 있었다. 나는 그럴 수 있을까. 새삼 부모가 되는 것도 큰 용기와 책임이 따르는 것 같다. 부모라는 이름 자체가 위대하게 느껴졌다.
꿈 없이도 살 수 있으면 어른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은 그동안 원해온 것이 다 이루어진 공주나 할 수 있는 말. 어른이 되어서까지 너무 간절히 원하면, 우주도 피곤해한다.
머리가 벗어지는 건 쉬워.
그걸 포기하는 게 어려운 거야.
꿈 없이도 살 수 있으면 어른이라는 거다.
어른은 비록 꿈이 없을지 몰라도 세상 물정은 안다. 포기할 때와 그만둬야 할 때가 언제인지도 알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는 현실도 안다. 그러니 만약 자신이 어른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꿈 없이도 살아가는 나를 장하게 여기며 살자.
포기하면 편해라는 말이 아니다. 체 게바라의 명언이 생각난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런 느낌이 아닐까.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말이다. 꿈 없이 살자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꿈을 실현하지 못해도 잘 먹고 잘 사는 어른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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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 1 - 다른 사람들하고도 같이 사는 법
파트 2 - 꿈 없이도 살 수 있으면 어른
파트 3 - 인생에서 이기는 건 뭐고 지는 건 뭘까
파트 4 - 솔직해지는 순간 세상은 조금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