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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Sep 21. 2019

솔직해지는 순간 세상은 조금 변한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4) 


이 글은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갔던 부분들을 따로 발췌해서 저의 생각을 함께 담았습니다. 파트별로 나누어 리뷰를 썼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다른 리뷰도 보러 오세요!



소심해지고 싶지 않아서 소심해진다.

작은 공간에 틀어박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그 공간 안에는 나보다 큰 것들은 그다지 없잖아. ‘가장 큰 나’의 고민이니까 엄청난 일이라 느껴지는 거 아닐까. 그런데 밖으로 나가보면, 나보다 큰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게다가 그것들은 고민 같은 건 하지도 않는단 말이지. 대자연의 거대함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고민 같은 건 있지도 않은 거야.


만사에 걱정이 많다고 한다. 나의 큰 단점 중 하나라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실패할까 봐 시작도 안 한다는 것이다. 막상 시작해보면 별거 아닌데 왜 처음에는 세상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었을까. 사실 지금도 잘 안 고쳐진다. 우주의 크기로 보면 원소 입자 수준이면서 별 걱정이 왜 이리 많은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사실 걱정이 남아 있다. 걱정 투성이다. 아휴. 



내 성격의 재발견 

작가 줄리아 카메론은 책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를 통해 독특한 글쓰기를 제안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매일 세 장씩 쓰는 ‘모닝 페이지’였는데, 매일 아침마다 수첩을 열고 바로 그때 느끼는 감정을 소상히 쓰는 것이다. 잘 쓰려고 노력하지 말 것.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쓸 것. 그리고 손으로 쓸 것. 어떤 생각도 어떤 이야기도 상관없으니 단 삼십 분에서 한 시간을 들여 글 쓰는 일로 하루 전체를 평온하게 보낼 수 있다는 말이었다. 모닝 페이지가 습관이 되면 자신의 감정을 바로 보는 일이 가능해지고, 내가 어떤 것으로 고민하고 있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정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나 역시 가끔 머리가 복잡할 때 모닝 페이지를 시도한다. 그런데 글을 써나가는 동안 놀라운 점 하나를 발견했다. 어떤 생각을 하건 어떤 감정을 갖든 모든 글의 마지막은 꼭 이상한 다짐으로 끝난다는 거다. 

이 무슨 때 아닌 모범생 놀이란 말인가. 분명 마음이 답답해서 써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마치 누군가가 그 글을 읽기라도 하는 양 훈훈한 결말로 마무리하려는 강박이 느껴져서 스스로도 황당했다. 그러다 보니 일기도 고친다는 친구들의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도 솔직할 줄 모르는구나. 


정말 소름 돋게 비슷한 글을 발견했다. 나 역시 일기를 종종 쓰곤 한다. 이 글을 읽고 내 일기를 다시 보았는데 정말 놀랍게도 마지막은 이상한 다짐으로 끝나 있었다. 더 웃긴 건 3인칭으로 끝난다. 낯썸아, 다음에는 그러지 말자 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하하.. 일기장만큼은 솔직할 줄 알았는데 속살을 보인 것처럼 부끄러웠다. 



오그라들지 못하는 사람 

어느 날 술자리에서 한 친구가 그랬다. 오그라드는 짓을 잘해야 연애를 잘하는 거라고.

못하는 건 말이다.

얼마나 못하는지로 정해지는 게 아냐.

얼마나 하고 싶은지로 정해지는 거야.

알겠니? 못 하겠으면, 다른 걸 해

그 말이 정답이다. 못하겠는 걸 계속 노력하느니 다른 걸 하는 게 맞다.


나는 애교를 잘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얼굴은 험악한데 애교가 있다. 그런데 연애는 잘 못한다. 오그라드는 짓을 잘해도 못하는 건 못하는 거다. 연애만큼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했으나.. 그럼 못하는 걸 하지 말라면 저는 연애하면 안 되나요..? 흑흑. 옆구리가 시리다 못해 아프다. 



완벽함보다 충분함

없어도 곤란하지 않다면 필요 없는 것. 

취미는 어른을 위한 놀이

없는 시간을 쪼개서까지 하고 싶은 것, 그게 취미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더 많은 어른들이 취미를 핑계로 ‘놀이’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구리 아빠의 말을 가슴에 품고.

어른이란 말이야, 어딘가 아이 같은 데가 있는 법이야.


어른이면 어른일수록 잘 놀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조금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노는 것이 나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논다는 걸 마치 잘못된 것이고, 공부가 마치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사회가 이상하게 보였다. 특히 어른이면 어른일수록 잘 놀아야 한다. 일을 하기 때문이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하더라. 나는 그냥 잘 놀고 싶다. 하하하. 




자원봉사의 발견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그 말씀에 용기를 얻어 도전해보기로 했다.

무언가를 하면 반드시 무언가가 벌어진다. 

어딜 가든,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반드시 무언가가 벌어지는 것이다.

아, 멋진걸.

좋아하는 건 머리 앞부분에 있는 것 같아.

뭐랄까. 동그란 게…

이마 위에 살짝 붙어 있는 느낌이랄까.


보노보노 책을 읽으면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매번 가만히 있기만 했던 나에게 조금씩 움직이게 해 준 문장이 아닐까 싶다. 무언가를 하면 반드시 무언가가 벌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다. 로또도 당첨되려면 로또부터 사야 하지 않는가. 자, 지금 이불을 걷어차고 세수도 좀 하고 수염도 좀 깎고, 오랜만에 좋은 옷도 입어보고, 집 문부터 열고 나가보자. 세상에 어떤 일이 또 벌어지고 있을지 두렵지만 설레기도 하지 않은가? 분명 다이내믹하고 기막힌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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