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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Dec 20. 2019

논어를 알고 싶다면 그냥 논어를 읽어야 한다.

논어 리뷰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고전이 왜 고전인 이유를 우스갯소리로 한 적이 있다. 오래된 책이면서 어디서 많이 들어는 봐서 대충은 알고 있는데 정작 읽어본 적이 없으면 고전이라는 것이다. 고전 중에서도 고전인 논어는 정작 읽어본 적이 없지만, 들어본 구절은 많은 책이었다.      



부담가득한 책인 논어는 독서모임에서 선정되어 어렵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독서모임의 순기능이라 하면 부담스럽거나 엄두도 못 내는 책을 도전하게 해 준다는 점이다. 독서모임에서 총 균 쇠도 완독 할 수 있었고, 백과사전 같은 책들도 읽어볼 수 있었다. 논어 역시 평소라면 읽기도 전에 겁부터 났을 책이지만, 모임을 통해 책장을 열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논어를 번역한 이의 논어 소개부터 나를 완전히 매료시켰다.  

         

잘 닦여진 포장도로에 익숙한 사람은 좁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만났을 때 짜증을 내게 된다. 그러나 조금 그 길을 가다 보면 가늘고 굽이진 길의 오밀조밀함에 정감을 느끼고, 그다음에는 그 산길을 가고 있는 자신의 왜소함을 비로소 발견하게 된다. 논어는 바로 그런 산길이다.    
꼭 앞에서부터 차례로 읽을 필요도 없다. 끝까지 다 읽지 않아도 좋다. 그저 틈날 때 펼쳐 보며, ‘성인이 한 말이란 게 이런 것이 구나’, ‘이런 인간도 성인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지나치면 된다. 그러다가 순간순간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을 만났을 때, 한 번 미소 지으면 그만이다.     


논어를 알고 싶다면 그냥 논어를 읽어야 한다. 정돈되지 않은 그대로 읽어 내려가야 한다. 

논어를 읽어보니 정말 그냥 논어라는 날 것 자체로 읽어야 한다는 점이 이해가 되었다. 이야기가 중복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험담이나 인간미가 보이는 대화도 있고,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갑자기 나오기도 한다. 챕터가 구분되어 있지만 딱히 챕터마다 다르지도 않다. 사실, 책이라기보다 술자리에서 의지하던 선배나 멘토와 주고 받은 이야기를 옆에서 기록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공자라는 인물이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논어를 읽는 다고 했을 때 인류 지성 중 최고라 여기는 공자님의 말씀을 기록한 책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읽으면서 이해를 못 할까 봐 걱정했지만, 생각 없이 나열된 초안 같은 느낌의 책이라 긴장이 아닌 당황부터 했다. 한 편으로는 이렇게 날 것 그대로의 책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날 것이기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직설적인 말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시원하게 들릴 수도 있는 것처럼 공자님 말씀이 날 것 그대로 전달되니 다른 책들보다 더욱 크게 다가왔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못할까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제대로 알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지위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를 걱정해야 하며,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남이 알아줄 만하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자신에 대해서는 스스로 엄중하게 책임을 추궁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가볍게 책임을 추궁하면, 원망을 멀리 할 수 있다.      

    

특히 이 구절들이 마음에 가장 와 닿았다. 현재의 내가 처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가장 의미 있게 다가온 구절들이었다. 퇴사를 하고 지위가 없음을 걱정하며 능력을 갖추기보다 겉치장에 더욱 신경을 썼고,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애써 나를 포장하며 알리려고만 했다. 


다른 책들에게서 이 정도의 충격은 받아보지 못했다. 논어는 투박하고, 부연설명도 없지만 그 어떤 책들보다 더욱 크게 다가왔다. 사실 이 구절을 읽고 난 뒤에 한참을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독서모임에서 자기반성에 대한 고백을 할 정도였다.      


논어는 날 것 자체로 빛이 나는 책이었다. 이래서 긴 세월 동안 날 것 그대로 지금까지 읽히고 있는 게 아닐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찌하면 좋을까, 어찌하면 좋을까’ 하며 고민하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나도 정말 어찌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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