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페미니스트 리뷰
사실 페미니즘을 들으면 부정적 이미지부터 떠올랐다. 미투 운동이 한창일 때 페미니즘 용어를 처음 들었다. 여성인권신장이라는 주장에 찬성하는 바였지만, 극단적인 혐오 조장이나 권리만 챙기고 의무를 다하지 않으려는 사건들을 보면서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페미니즘을 정확히 찾아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미디어에서 보여 주는 부분으로 페미니즘은 이런 것이다라고 단정 지어버렸다.
먹는 것이 더 급했기에 시간은 흘러갔고, 다시 페미니즘을 접하게 된 것은 독서모임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주제로 책을 선정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개인의 의지로 다시 상기하는 것은 힘들다. 민감한 주제라 딱히 듣고 싶은 주제는 아니었지만 선정 책이 매우 얇았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참여하였다.
엄마는 페미니스트. 작가의 친구가 태어나는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고 싶다고 작가에게 조언을 구하였고, 편지글 형식으로 작가가 친구에게 해준 이야기가 페이스북에 올려져 큰 반응을 얻었다. 책까지 나오게 되었는데 새삼 SNS의 힘을 보여주는 것 같다.
책을 내려고 만든 게 아닌 데다 짧은 편지글 형식이라 내용도 많지 않아서 1시간이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었고, 편지글 형식으로 친구에게 해주는 이야기라 읽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었다. 다른 페미니즘 책도 많지만 북카페에서 이 책을 선정한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도 민감한 주제를 함께 이야기하기에 부담이 있었는데 책이 얇아서 접근하는데 부담이 적었고, 책 내용 자체도 페미니즘적인 요소도 있지만 아이를 대하는 부모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기 계발적 요소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했다. 페미니즘을 공부한 사람들이 본다면 심심하거나 지루할 수도 있지만, 잘 모르는 이들에게 입문하기에 제격인 책이라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가 진행하는 독서모임은 주로 아주머니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아이들 교육과 접목시켜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 더욱 반응이 좋았다.
앞으로 아이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행동하며 자라야 할지 알려주고 있어서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기 때문에 부모를 위한 교육으로 안성맞춤인 책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나에게 이 책은 반반 정도였다. 추천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기 좋은 책이라 생각이 들었다.
책은 15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그중에 특별히 인상적인 부분은 2가지가 있었는데 “호감형 되기를 거부하도록” 하는 것과 “일찍부터 성교육할 것”이다. 거절할 줄 아는 용기는 특히 한국사람들에게 필요한 덕목인데 그렇기에 미움받을 용기가 그렇게 히트를 친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점은 성교육이 아닐까 싶다. 나의 10대에도 성교육이 있었지만, 이론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드는 수업이었다. 그래서 폭발하는 성욕과 호기심을 야동 같은 요소로 해소하려 했던 것 같다. 잘못된 성지식으로 10대부터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양성평등으로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몸이 얼마나 소중하고 신중하게 다루어야 하는 점을 일찍부터 학교가 아닌 부모를 통해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중요한 건 무엇이 됐든 간에 이름이 있어야 하고 그 이름이 사람을 수치심으로 짓누르는 것이 어선 안 된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