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을 읽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머니께서 병원에 같이 가자고 하신다.
부산대학교 병원까지 길을 몰라서 그러신다.
딱히 약속이 없는 나는 아침 일찍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한 달 전쯤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가만히 있는 차를 뒤에서 누가 박았다.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그 여파로 머리가 어지럽고 아프다고 하신다.
동네병원들은 이상이 없다고 큰 병원으로 가보라 했다.
오늘 그동안 검사를 받고 결과를 들으러 가는 길이었다.
나는 장장 2시간을 가야 하는 길이었기 때문에 책 한 권을 들고 갔다.
그냥 책장에서 아무 책이나 꺼냈는데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이었다.
병원에 가는 동안은 아침잠을 다시 자느라 못 봤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책을 열었다.
무슨 우연인지
아니면
무슨 의미 부여인지는 몰라도
첫 장이 부모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덕무의 "사람답게 사는 즐거움 " 의 책을 꺼내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대게 이런 식이었다.
'무릇 생선이나 고기를 구울 때는 젓가락으로 뒤집고, 맨손으로 뒤집지 말라.
그리고 손에 묻어도 빨아먹어서는 안된다. 무나 참외를 먹다가 남을 줄 때에서는 반드시 칼로 이빨 자국을 깎아버리고 주어야 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코를 만지작 만지작 했다.
어머니가 옆에 코 만지지 말라고 하신다. 나도 모르게 왈칵할 뻔했다.
이 책에서 이덕무에게 어머니는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 자신이 병원에 가는 길에서도
끊임없이 나에게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정작 자신은 왜 머리가 아픈지 원인도 제대로 못 들었으면서
병원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집에 가서 무슨 음식을 만들어 줄지 고민하고 있다.
나에게 온갖 종류의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신은 배가 아프다면서 내가 아침을 안 먹었다고 뭐라도 먹고 가자고 하신다.
나는 김연수 작가가 이 장을 쓸 때 울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울음을 격하게 참았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도 이 글을 쓰면서 울컥울컥 올라오는 눈물에 자꾸 노트북 화면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