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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Jul 07. 2016

병원

청춘의 문장들을 읽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머니께서 병원에 같이 가자고 하신다. 
부산대학교 병원까지 길을 몰라서 그러신다. 
딱히 약속이 없는 나는 아침 일찍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한 달 전쯤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가만히 있는 차를 뒤에서 누가 박았다.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그 여파로 머리가 어지럽고 아프다고 하신다. 

동네병원들은 이상이 없다고 큰 병원으로 가보라 했다. 
오늘 그동안 검사를 받고 결과를 들으러 가는 길이었다. 

나는 장장 2시간을 가야 하는 길이었기 때문에 책 한 권을 들고 갔다. 
그냥 책장에서 아무 책이나 꺼냈는데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이었다. 
병원에 가는 동안은 아침잠을 다시 자느라 못 봤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책을 열었다. 

무슨 우연인지 
아니면 
무슨 의미 부여인지는 몰라도 

첫 장이 부모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덕무의 "사람답게 사는 즐거움 " 의 책을 꺼내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대게 이런 식이었다. 
'무릇 생선이나 고기를 구울 때는 젓가락으로 뒤집고, 맨손으로 뒤집지 말라. 
그리고 손에 묻어도 빨아먹어서는 안된다. 무나 참외를 먹다가 남을 줄 때에서는 반드시 칼로 이빨 자국을 깎아버리고 주어야 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코를 만지작 만지작 했다. 
어머니가 옆에 코 만지지 말라고 하신다. 나도 모르게 왈칵할 뻔했다. 
이 책에서 이덕무에게 어머니는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 자신이 병원에 가는 길에서도 
끊임없이 나에게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정작 자신은 왜 머리가 아픈지 원인도 제대로 못 들었으면서 
병원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집에 가서 무슨 음식을 만들어 줄지 고민하고 있다. 
나에게 온갖 종류의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신은 배가 아프다면서 내가 아침을 안 먹었다고 뭐라도 먹고 가자고 하신다. 

나는 김연수 작가가 이 장을 쓸 때 울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울음을 격하게 참았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도 이 글을 쓰면서 울컥울컥 올라오는 눈물에 자꾸 노트북 화면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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