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 스타트업 적응기 9
스타트업의 특징 중 하나라면 바로 직원들의 연령대가 낮은 편이라는 것이다. 우리 회사 역시 대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동료가 20-30대로 젊은 편이다. 평소 일을 하면서는 나이 차이를 잘 실감하지 않고 세대 격차를 크게 느끼지 않는 편인데(나만의 착각이려나?)...아무튼 그럼에도 스스로 나이가 들었음을 실감하는 것은 바로 '체력'에 대한 부분.
나이는 어쩔 수 없나?
젊고 혈기 넘치던 시절에는 매일 저녁마다 약속을 잡고, 늦게 잠들어도 다음 날 일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평일 저녁에는 무조건 집으로 가서 11시 전에 잠자리에 들어야 다음 날 영향이 없는 현실. 가끔 약속이 생기면 무조건 금요일 저녁으로! 평일에 늦게까지 안자고 있다가는 다음 날 피로 때문에 업무 집중도가 확 떨어진다.
몸 컨디션에 따라 일의 생산성의 차이가 극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신체 리듬에 맞추어 업무의 강약과 난이도도 세심하게 조절하고 있다. 나의 노하우라면 정신이 또렷하고 집중력이 강한 오전 9시-12시 사이에 난이도가 있는 업무, 이를테면 기획안 작성같은 것들을 진행하고, 오후에는 단편적이고 가벼운 업무를 처리하는 편이다. 회의도 되도록 오후에 몰아 잡아서 오전의 집중 시간을 확보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중요한 건 저녁 6시가 되면 일이 좀 남았더라도 냉정하게 짐을 싼다는 것! 성실한 모범생 타입의 내 성격 상 예전 같았으면 누가 안시켜도 굳이 굳이 저녁 8시, 9시까지 마무리를 하고 퇴근했을텐데. 이제는 그랬다가 다음 날 오전을 피로로 날려버린다는 잘 알기에. 오늘은 여기까지 빠이빠이~ 하면서 일을 딱 끊기로 했다. 다년 간의 경험 상, 어제 밤에 안풀리던 일들도 푹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딱 펼치면 별거 아니게 스르륵 잘 해결되는 경우가 많더라는. 그래서 결론은 정시 퇴근하자.
더 건강해지기 위한 나의 도전, 달리기!
그리고 떨어진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올 해 8월부터 인생 최대의 도전을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운동, 생뚱맞게도 '달리기'다. 왜 하필 '달리기'일까? 요가도 있고 필라테스도 있을텐데. 시작은 단순했다. 지인의 강력 추천 때문. 내가 혼자서는 절대 안할 거라는걸 너무 잘 알고 있는 나의 지인은 한 달리기 모임(세련된 말로는 러닝크루?)에 나를 가입시켰다. "이 모임 진짜 강력 추천이에요! 내가 해보니깐 넘 좋더라구요. 부담 갖지말고 일단 가입하세요." 그렇게 어영 부영 모임에 가입하여 시작하게 된 달리기.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뛰는거라 처음엔 무거운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몇 발짝 뛰다가 헉헉대며 다시 걷기로 돌아오고, 첫 한 달은 집 밖에 나가서 동네 한 바퀴 걷고 돌아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달리기 모임은 코로나 시국에 맞추어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각자 나이키 런클럽앱을 설치하고 주 5회 이상 자신의 기록을 인증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서도 나의 모범생 기질이 빛을 발하는데, 남이 시킨건 또 엄청 잘 지켜서 어찌저찌 주 5회를 계속 달성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기록은 거북이 수준이었지만 매일 저녁마다 짧게라도 운동을 하는게 루틴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달리기 석달 째. 이제 제법 3k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물컹하던 허벅지가 아주 미세하게 딴딴해지고, 체력도 예전에 비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느낌. 오래 즐겁게 일하려면 아프면 안되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 소중한 휴가를 병가로 쓸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