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84세에 첼로 6년째 레슨, 영어필사 완필중 입니다만..

by 곰스토리

84세 은퇴 목사님과의 대화에서 몇 가지 깨달음이 있었다.

어쩌다 독서 이야기가 나와 최근 읽은 책 이야기를 하다. 요즘 열심히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화를 하게 되었다. 현재 84세 은퇴 목사님은 제주에서 큰 어른 같으신 목사님 이시다. 40년 넘게 목회를 하셨다. 그런 그분이 84세의 연세에도 6년째 배우고 계신 게 있으셨다. 다름 아닌 첼로 연습이라고, 6년을 배우셨는데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아리랑을 연주하실 수 있으시다고 하셨다.



"첼로는 배우기가 너무 어려워" 목사님보다도 훨씬 젊으신 분께 첼로를 배우시는데, 원래는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으셨지만 레슨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바이올린은 서서 연주해야 하는 악기이니 앉아서 하실 수 있는 첼로를 권하기에, 6년 동안 꼬박 일주일에 두 번씩 레슨을 다니신단다.

"나이가 먹은 탓인지 정말 힘들고 어려워 악보 봐야지 4줄로 되어있는 악기 줄에 손가락 맞추어야지 한 손으로는 연주해야지.." 맞는 음을 찾기란 첼로 음이 너무 정교해서 집중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신기한 듯 열심히 들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정말 멋지시다는 말씀을 빼놓지 않았다. 그러면 목사님은 더 신나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최근 오랜 시간에 걸려 영어 성경 필사를 완필하셨다고 하셨다.

"영어필사는 처음으로 해봐.. 한글도 어려운데 영어를 하는 이유는 하다 보니 재미가 생겼어"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영어성경 책 한 권을 다 쓰시고 다시 신약성경을 영문 필사를 하신다고 하셨다.


© aaronburden, 출처 Unsplash






나는 여쭤보았다. "목사님 영어성경을 필사하고 나니 영어가 더 쉽게 들어오나요?"라고.. 사모님과 함께 필사하시면서 깨달은 게 우리말로 정말 많이 다르게 해석이 되어 있는 것들을 발견하며 많은 공부가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최근 영원한 숙제로 남겨 두고 싶지 않아 영어 공부를 어떻게 다시 시작해 볼까 하고 망설였는데 오늘 나는 영어를 어찌 공부해야 할지를 깨닫는 날이라고 해야겠다.



바로 성경 구절을 말하고 해석이 가능하게 되더라는 말씀에 공감이 되었다.

사실 어젯밤에도 영어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글동무님과 나누면서 우린 그랬다. "그게 뭐라고 못하고 마는가?" 하며 서로에게 하면 할 수 있지 않겠다며 어떻게든 뭐라도 도전해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오늘 그 영어 필사 이야기를 듣고 나니 조금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올해로 84세 10여년전 은퇴 하셨던 목사님은 정말 정정하시고 젠틀하시며, 어쩔 땐 나보다도 훨씬 더 기억력이 좋으시다. 그래서 나는 가끔 목사님께 중요한 일정이나 혹여 내가 까먹기 쉬운 일정을 말씀드리고 웃으며 그런다. "목사님 저 잊어버릴지 모르니 그때가 되면 꼭 말씀해 주세요!"라고 부탁도 드리기도 한다. 그럼 정말로 어김없이 말씀해 주신다.

그러면서 꼭 하시는 말씀이 "잊지 않았지?" 사실 늘 메모해 놓지만 어제 기억하던 것도 당일이 되면 잊는 날이 있기에 나는 메모도 못 믿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진짜 중요한 걸 잊어버린 적은 없었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었다. 사는 동안에 부족하거나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은퇴자의 모습에 빛이 나는 것만 같았다.

나는 제안을 드려봤다. "첼로 연주 버스킹 한번 해보시면 어때요?"라고.. 그랬더니 웃으시며 그러신다. "늙은이가 무슨!" 역시 남 앞에서 하는 건 아이도 어른도 은퇴자도 어렵다.

하지만 마음을 먹지 않아서 지 자리가 된다면 충분히 하실 수 있으신 분이시다.

이야기하는 내내 새로운 도전을 이끌어 주신 잠깐의 수다 타임에 힘이 나기도 감동이기도 했다.


더운 제주 여름은 연일 폭염 같은 더위다. 어찌나 후덥지근 하고 습하기까지해서 정말 힘이 든다. 오늘이 초복이라니 삼계탕 재료를 사들고 집에 가서 폭포수 땀과 함께 이열치열의 한계를 또 넘어 봐야겠다.


참! 아무에게도 영어필사 한다는 말 안 하셨다고 비밀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비밀을 꼭 지켜드린다고 말씀드렸다.

모두 비밀입니다!


쓰는 시간-gom_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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