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대로 사는 삶
쓰는 건 좋은데 나를 드러내야 해? 그건 좀...
오늘도 쓴다.
이제는 제법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한나절쯤은 쓸 수 있다. 하지만 직장을 비롯한 생계형 활동 때문에 한정된 시간에만 써야 한다.
이제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아주 초보적인 생각이겠지?
22살 군입대생 아들과의 대화는 군 생활에 대한 엄격하거나 근엄하거나 투철한 뭐 그런 이야기 끝에는 항상 "엄마 나 이제 며칠 남았어"라며 늘 전역 날짜에 대한 기다림과 지루함속에서 오는 카운트 다운이다.
군에 있으니 정말 시간이 안 간다며 하루는 금세 가는 것 같은데 아직도 5개월 남았다며 언제 시간이 다 가냐는 말을 하곤 한다. 얼마나 지루하면 그럴까 싶은 생각에 이야기를 들어준다. 나름 시간을 보내기 위한 방법들을 이야기해 주고는 하는데, 아들에게도 글을 쓰기를 권유하는 날이 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얼마 없을 줄 알았다는 아들은 그런다. "엄마 여기서 책을 정말 많이 보게 되었어.." 또 다른 변화는 지난 2월에 휴가를 나왔는데 성경 4 복음서를 필사를 해서 가져왔다. 그걸 보고 나는 생각했다. "정말 네가 심심하구나 하하하" 하며 웃었다. 그 성경을 쓰며 아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기특하고 너무나 예뻐서 다 큰아들의 볼에 뽀뽀를 해주는 아들보다 천진난만 엄마이다.
아들은 더 쓰고 싶었는데 군에서 준 필사 노트가 그것밖에 없어서 더 이상은 쓰지 않았다고 한다.
군대라는 곳이 성경필사도 가능하게 하는구나 하고 감사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들의 말처럼 지루한 군생활에 대한 에피소드와 조금이라도 지루할 틈이 없게 하기 위해 하루일과를 글로 써보라고 했다. 군 입대를 앞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아들이 그런다 "다 썼다가 나중에 군 생활에 중요한 정보가 문제가 될 만한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하며 묻는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네"라고 해줬다.
" 왜 그런 거 있잖아 유튜브나 영상으로 남겼는데 훗날 그 영상이 거짓 삶에 문제가 되는 경우들"이라며 이야기를 한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공개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는 대답해 주었다. "쓰는 대로 살아내면 되지, 혹은 사는 대로 쓰면 되고, " 라며 말해주었다. 한 가지만 생각하지 말고, 너의 군생활 지금의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어보면서 나중에 제대해서 군에 있었을 때를 떠올리며, 조금 더 힘이 나거나 시너지가 생길 수도 있지 않겠냐며 말해주었다. 물론 군기밀을 써서는 안 되고 말이지. 아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며 순하게도 꼭 글을 써보겠다고 했다. (군입대 후 엄마에게 매우 순한 양이 됨)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는 걸 잘하는 아이였다.
책도 정말 많이 사주었지만 쉬는 날이면 꼭 세 아이를 앞세워 도서관에 가서 동화책 탑을 쌓는 놀이도 종종 하곤 했었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사춘기와 싸우느라 그 중요한 시기에 책을 조금 소원하게 대했다. 녀석은 그런다 그때 책을 많이 읽었어야 했는데 라며 아쉬워한다. 동물식물 자연을 정말 좋아했던 아이는 집안 곳곳에 혹은 메모지에 적어 놓은 메모들이 있었는데 지금도 생각이 나는 녀석의 메모가 있다.
할머니께서 시골에서 밥 해 먹으라고 보내주신 강낭콩을 화분에 심어 놓고 싹이 나길 기다리는 애절한 한 줄의 메모가 기억이 난다. "심은지가 언젠데 아직까지도 싹이 나지 않을까?" 초등 때의 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성격 급한 막내 녀석은 기다리다 못해 화분의 흙을 파서 확인하고 흙 안에서 좀 더 싹을 키우고 있던 강낭콩의 머리를 모두 흙 밖으로 꺼내놓고 어두운 곳에서 얼마나 힘들겠냐는 엉뚱함을 표현하던 동생과는 달랐다. 기다릴 줄 아는 아이였다.
누구나 자기 것에 대한 오픈 하기를 꺼려한다.
나 역시 그랬다. 막내 녀석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흙속 강낭콩처럼 아직은 노랑머리인체 나와야 했지만, 조금 빨리 나왔을 뿐 언젠가는 나와야 했던 것이다.
머리를 숙이고 내 글을 오픈하는 게 두려워 행동하지 못했던 것들을 어느 날 백일 글쓰기라는 커뮤니티의 글동무들에게 블로그에 오픈해 버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람들로부터 많은 관심이 없었다. (웃음) 물론 정말 잘 읽어 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소수이어서 얼마나 행복하던지.. 그땐 난 알게 되었다. 내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것을 그렇게 백일가까이 쓰게 되니 이젠 제법 자신감이 생겼다.
글을 쓴다는 게 행복했다.
그리고 오늘 5월 말쯤 브런치 합격을 하고 이제야 오픈을 한다. 오픈을 오랫동안 미뤄 온 것 또한 처음 블로그 오픈과 같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오늘 첫 글을 오픈했으니 좀 더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리라 나와 약속해 본다. 쓰는 대로 사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해 보았다. 잘 쓰든 못 쓰든 이곳에서 글을 좋아하는 글동무들과 응원하며 좋은 글을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