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테오에게
삶은 이런 식으로 지나가버리고 흘러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일할 수 있는 기회도 한번 가면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맹렬히 작업하고 있다. 나의 경우 더 심한 발작이 일어난다면 그림 그리는 능력이 파괴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발작의 고통이 나를 덮칠 때 왈칵 겁이 난다. 그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막상 겪게 되면 공포를 느끼게 된다. 전에는 회복하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는데. 이제 2인분을 먹어치우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다시 아프게 될까 봐 다른 환자들과의 접촉도 꺼리는 것은 바로 이 정신적인 공포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나는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살을 시도했는데 물이 너무 찬 걸 깨닫고 강둑으로 기어올라가는 사람처럼.
빈센트 반 고흐, 1889년 9월 7일
시간은 떠나간다. 나는 떠난 시간에 미안한가?
오늘 간절히 나에게 바란다. “시간의 귀함을 깨닫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