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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YMassart Nov 02. 2022

무덤 속에서!

오르세 박물관

Y. Y. Massart, <삶의 시작과 끝에서!>, 2022년 10월(오르세 박물관에서)





사별 후, 사람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바뀌었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죽을 존재로 강하게 인식하는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도 어머니를 잃고 나와 같은 경험을 했음을 엿볼 수 있는 글이 있다. “나는 이제 가는 곳마다, 카페에서나, 거리에서나, 만나는 사람들 하나하나를 결국에는 죽을 수밖에 없음이라는 시선으로, 그러니까 그들 모두를 죽어야 하는 존재들로 바라본다.” (<애도일기>, 1977년 11월 16일)


나의 지각 능력이 이상하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산 사람을 바라볼 때는 죽음을 연상시켰고 박물관에 전시된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삶을 떠올렸다. 그림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화가 앞에서 포즈를 취했을 때는 나처럼 살아있는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나를 삼켜버렸다. 예전에는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오르세 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을 들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죽은 사람들의 삶 중에 한 부분을 만나기 위해, 그들과 교감하기 위해 박물관으로 들어간다.


‘참으로 우리는 죽기에도 너무 지쳤다. 그리하여 우리는 깨어 있는 채로 계속 살아가는 것이다. 무덤 속에서!’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도 나는, 깨어 있는 채로 살아야 하는 나는, 먼저 떠난 사람들의 숨결을 간직한 무덤 속으로 들어간다. 죽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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