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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YMassart Jun 09. 2023

고양이와 니체

사랑하는 당신에게

Y. Y. Massart, <기다림의 시간>, 2022년 12월





사랑하는 당신에게


어젯밤에 당신에게 글을 쓰며 울컥. 편지를 쓰다 감정선 조절에 실패를 했어요. 그렇게 밤을 뒤숭숭하게 보내고 심란했어요. 그래도 오늘 낮에 이렇게 당신에게 글을 쓰고 있네요. 확실히 밤은 위험해요.


우선 당신의 어머니는 잘 계세요. 요즘 나는 가족 단체방에 매일 그림 한 장씩 올리며 나의 일과를 시작해요. 나의 그림 한 장은 일석이조의 역할을 해요. 나의 안부를 당신의 가족에게 전하고 당신 가족의 안부도 체크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혼자 살고 계신 어머니의 안부가 걱정되지만 전화를 자주 하기에는 마음이 뭐라 할까요… 아, 당신에게 말할 핑계가 생각나지 않네요. (그냥 당신에게 미안해지네요.) 대신 나는 매일 가족 단체방에 그림 한 장과 “오늘도 안녕, 행복한 하루를 보내세요.”라고 남겨요. 그러면 어머니가 “너도 즐거운 하루 보내.”라고 남기세요. 그렇게 시작된 글에 어머니는 그날의 날씨, 고양이와의 관계 등 간단한 사연을 올리시죠. 그러면 착한 손녀 에밀리가 답글을 남기고요. 나는 가족 간에 오고 가는 글들을 읽으며 당신 가족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답니다.


며칠 전에는 내가 올린 그림 한 장에 화들짝 놀란 어머니는 이런 메시지를 남기셨어요.

“무슨 일 있니? 왜 그림이 이렇게 어두워?”


나는 즉시 답글을 남겼어요.

“걱정 마세요. 저는 잘 있어요.”

그리고 그 어두운 그림은 새로 시작한 글에 어울리는 그림일 뿐이라고 설명했어요. 즉시 당신의 형은 무슨 주제로 쓰는지 궁금하다고 물었고 나는 니체의 글에서 영감을 받아 글을 쓰고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어요.


형 다니엘은 <니체와 고양이>라는 주제는 흥미로운 콘셉트라고 말해주었답니다. 맞아요. 여보 나는 요즘 니체의 글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리고 엄청난 양의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 있죠.


왜 고양이 그림이냐고요? 간단해요. 당신이 고양이를 너무너무 좋아했잖아요. 아니 사랑했잖아요. 당신은 고양이가 낮잠 자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말했죠. “나도 고양이처럼 잠을 자고 싶어!”라고요. 불면증으로 고통스러웠던 당신은 고양이의 삶을 많이 부러워했어요. 그래서 나는 고양이를 그리고 있어요. 당신이 제일 좋아할 그림일 것 같아서요.


니체의 글, 그것도 간단해요. 철학자들은 인간의 삶에 대해 많은 조언을 남겼죠. 과연 철학자들이 그들의 글처럼 살았는지 의심이 가지만요. 어찌 되었든 니체의 조언대로 삶을 꾸려보고 싶어서요. 글을 쓰며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되새긴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네요.


그런데 여보, 철학자들의 조언은 현명하고 좋은 말이죠.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인생이 말처럼 흘러가지는 않죠. 다짐하고 또 다짐해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인생이니까요.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죠.


여보, 내가 쓰는 내용들이 나의 뇌를 자극하고 있는 것 같아요. 효과가 있거든요. 나를 위해 인터넷 쇼핑도 했으니까요. 무엇을 샀냐고요. 숙면을 위해 베개도 샀고, 건강을 위해 사과즙도 샀고, 맛없는 음식을 위해 다양한 맛의 소금도 샀어요. 조금씩 이 삶에 스며들고 있어요. 그러니 당신은 걱정 말아요.


여보, 낮에 쓰는 편지는 나를 울리지 않아요. 다시 말하지만 밤엔 위험해요. 그래도 밤에 쓰는 글은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이 더 묻어나는데… 장단점이 있네요.


여보, 오늘도 파이팅 할게요.


2023년 4월 7일

당신의 사랑이 늘 그리운 아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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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어머니를 놀라게 한 이 그림을 여동생에게 보여줬어요. 그런데 평가가 애매해요. 여동생은 헛소리를 못해요. ㅎㅎ

이 그림을 보세요. 좀 너무...??? 근데 당신의 형은 좋아요를 눌러줬어요. 그럼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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