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보는 세상
사랑하는 당신에게
요즘 나는 루브르 박물관 내부의 모습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루브르는 굉장히 넓고 다양한 예술 작품으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죠. 그런데 여행객들은 짧은 시간 내에 스타 작품들만 서둘러 감상하고 박물관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죠. “루브르에는 작품들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는 더 많은 공간이 있다는 것을 저 사람들은 모르고 떠나네”라고.
루브르의 스타 모나리자와 밀로의 비너스, 나폴레옹 대관식 등의 작품들이 있는 공간은 많은 사람들로 붐벼 숨 막히고 답답하죠. 하지만 내가 자주 가는 공간엔 스타 작품은 없어도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아 조용하게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인지 나에겐 특별한 장소가 됐어요. 마치 잠시 숨 쉴 수 있는 작은 안식처 같기도 하죠.
작년부터, 루브르 박물관 정기 회원권인 'Ami du Louvre'를 80유로에 구입하여 일 년 내내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출입하고 있어요. 어느 날은 박물관의 천장만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던 적도 있어요. 그날은 목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동안 놓쳤던 루브르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여보 나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며 느긋함을 갖고, 그 안에서 다양한 차이와 다름을 마주하며 감탄해보고 싶어요.
오늘은 당신께 박물관 천장 그림 중 하나를 소개할게요. 당신 혹시 기억나요? 우리가 당신의 조카들과 함께 루브르를 방문한 날, 우리는 박물관 카페 발코니에서 휴식을 취하며 맛있는 크로와상과 커피를 함께 즐겼던 곳이요. 오늘 이 그림은 그 근처의 천장을 그린 것이에요.
요즘 나는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작품들을 더 많이 찾아보려 노력하고, 그 작품들을 나만의 그림으로 담아냅니다. 이렇게 그리며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루브르 그림을 그릴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많이 그려보려고 노력할 거예요.
이 모든 과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내 모습을 반영하는 것 같아요. 당신이 떠난 후, 처음에는 당신의 모습을 그리는 것에만 집중했지만, 점차 가족과 주변 환경을 함께 그려내며 변화했고. 이제는 제 전공과 관련된 분야에서도 작품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네요.
무엇이든 그림으로 표현하며, 오늘과 내일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가는 내 모습을 당신에게 계속 보여줄게요.
오늘도 안녕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