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세계가 궁금한 인간
(고대 그리스 도자기 <사르페돈의 죽음>을 보고 그린 그림. 사르페돈의 시신을 리키아로 옮기는 잠의 신과 죽음의 신. 그 뒤에는 헤르메스 신이 보인다. 그는 죽은 영혼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남편이 떠난 후, 나는 사후세계의 유무에 무한한 물음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사후세계의 체험담을 찾아보고 책을 통해 해답을 얻어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곳이 바로 사후세계란 것을. 남편과 나는 사후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는 내가 틀렸기를 간절히 바란다.
남편이 좋아했던 독일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Der Himmel über Berlin, 1987년)를 다시 보았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남주인공 다미엘은 인간의 영혼을 인도하는 불멸의 천사다. 영화는 인간이 사는 공간에 천사들이 함께 존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당연히 인간은 그들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한다. 다미엘은 무채색의 공간에서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랬던 그에게 사랑이 찾아왔다. 물론 그는 사랑이란 감정을 모른다. 단지 마리온이란 여인의 마음을 읽고 그녀의 외로움과 아픔에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그 이후, 그는 그녀의 주변을 맴돌며 그녀의 모든 삶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인간처럼 사랑을 아픔을 느끼고 싶어 진다.
다미엘은 마리온과 함께 하기 위해 불멸의 삶을 포기하고 인간이 된다. 인간이 된 후 마리온에게 달려가지만 그녀는 떠나고 없다. 그는 갑자기 사라진 마리온을 찾아 헤매며 인간이 겪는 아픔과 슬픔 그리고 상실감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는 운명처럼 콘서트장에서 마리온과 우연히 재회를 한 후, 사랑하는 두 남녀는 행복한 삶을 맛보며 영화는 끝난다.
해피엔딩이다. 그런데 1998년에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 <시티 오브 엔젤>에선 세드엔딩으로 끝난다. 인간이 된 남주인공은 여주인공과 행복한 하룻밤을 보내지만 다음 날 아침, 자전거를 타던 여주인공은 트럭과 충돌해 세상을 떠난다. 너무나 짧은 시간의 행복. 남주인공은 너무나 가혹한 시련을 겪게 되지만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사랑의 의미와 가치의 중요성을 담은 영화다. 그럼에도 단 하루의 행복.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잔인한 운명을 담았다. 나는 생각해 본다. 사후세계의 존재를 알고 있던 남주인공에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을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