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방법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있다. 배경과 인물이 서로 침투하며 스며드는 느낌을 구현해 보려고 노력 중이다. 이렇다 보니 붓질의 방식을 바꾸어야 했고, 기존의 한 번에 그려내는 방식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아이가 네발 자전거에서 두 발 자전거로 바꿔 탈 때 수없이 넘어지듯, 나 역시 계속 넘어지는 중이다. 어느 그림은 너무 단단해져 버려서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또 어느 그림은 색들이 뒤엉켜 탁해져 버렸다. 새로운 시도를 했던 그림 중 대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명 기존 작품들을 그릴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쏟았음에도 미완성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러한 총체적 난국 중에 딱 하나 마음에 드는 자그만 그림을 수확했으니 그것만으로 그저 다행일 정도다.
올해 봄에 단체전 하나와 개인전 하나가 예정되어 있다. 작품을 하는 데는 꽤나 많은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지금부터 열심히 그려나가도 시간이 부족할 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기에 나는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고, 새로운 작품스타일의 완성도를 아직 구축하지 못했다. 그림의 완성 조건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아직 새로운 스타일의 완성은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싸매는 중이다. 전시를 무탈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금하고 있는 실험이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되어야 할 텐데…
시간을 거꾸로 돌아가 생각해 보면, 나는 항상 완성이 문제였다. 항상 어디까지 그려야 완성인지를 어려워했다. 그림 밀도의 문제일까 싶어서 밀도를 올리면, 밀도를 올리기 전보다 오히려 미완성스럽게 되어 그림을 망쳤다. 그래서 밀도가 아닌 묘사에 집중해 본 적도 있었으나, 묘사를 많이 한다고 해서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건 아니었다. 대학원 시절 내가 많이 들었던 피드백 중 하나는 ‘너무 많이 그렸어’였다. 많이 그릴 수록 더 열심히 애를 쓸수록 ‘미완성스러워’ 지는 것이 정말 이상했다. “많이 그렸는데 왜 더 그림은 이상해질까?”
작가들마다 완성의 기준은 모두 다를 것이다. 앞서 내가 시도했던 것처럼 누군가에겐 그림의 밀도가 중요할 수도 있겠고, 묘사가 중요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그림의 분위기가, 누군가는 화면의 구성이 중요할 수도 있다. 이렇듯 완성은 개개인마다 다 다른 것이라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도대체 언제 붓을 떼고, 어느 부분에 더 힘을 주어야 하는 것일까. 그림을 오랫동안 그려왔지만 나에겐 여전히 완성의 기준이 애매하다. 하지만 어렴풋이라도 나의 완성에 대해 말해보자면, 유동적인 붓질과 색의 표현과 함께 그것들을 묶어주고 연결해 주는 요소가 서로 잘 어우러질 때라고 생각한다. 즉, 그림 속 요소들이 하모니를 이룰 때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아래는 내가 요즘 추구하는 그림의 방향성이다)
율동감, 속도, 찰나, 순간, 배경과 대상의 혼합 = 이 모든 것의 하모니.
결국, 지금 하고 있는 실험을 빨리 끝내기 위해선 많은 그림을 그려보고 망해봐야 한다. 이렇게 나는 ‘나만의 완성’을 쫓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