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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Oct 05. 2020

요트란 무엇인가?

런던 라이프

요트란 무엇인가?


영화 쇼생크 탈출은 모건 프리만이 해변에서 배를 수리하고 있는 팀 로빈스를 찾아 가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팀 로빈스의 배는 요트인가 아닌가? 요트란 무엇인가?

요트는 레저 목적으로 만들어진 배를 지칭한다. 적어도 길이가 10미터 이상은 되어야 요트로 간주된다. 주관적인 요소가 한 가지 더 있는데, 그것은 미적인 아름다움이다. 팀 로빈스의 배는 사용 목적과 길이에서 요트의 조건을 충족하지만, 미적인 측면이 약간 부족하여 요트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나의 지인은 러시아에서 벤처 기업을 만들고 성공적으로 매각한 후에 스코틀랜드와 스페인에서 요트를 타면서 인생을 즐기고 있다. 40대인 그는 앞으로 50년은 그렇게 살 요량이다. 요트 다루기와 관리가 운동 효과가 좋다고 한다. 요트 생활은 시작하면서 훨씬 건강해졌다. 계획한 50년보다 더 살게 될까 걱정이라고…

카자흐스탄에는 ENRC라는 광물회사가 있다. 한때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주가를 날리던 회사였지만, 회사 투명성에 의문이 들면서 상장 폐지되었다. 그 회사에는 3명의 공동 주주가 있는데, 한 명은 101미터짜리 요트인 아이 다이너스티(I Dyanasty)를, 다른 한 명은 91미터짜리 요트인 레이디 라라(Lady Lara)를 가지고 있다. 전자는 2400억 원 후자는 1900억 원 정도 한다. 첼시 축구단의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6000억 원 가치의 요트인 이클립스(Eclipse)를 가지고 있다.
  


이런 요트를 슈퍼요트(Superyacht)라고 하는데, 부자들은 왜 요트를 선택할까? 부자들이 찾는 것 중에 자가용 비행기와 미술작품이 있다. 요트는 자가용 비행기와는 달리 순수한 레저 목적이며, 미술작품과 달리 감가상각이 빠르게 진행된다. 따라서 슈퍼요트를 가지기 위해서는 레저에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물적인 여력과 함께 검소한 생활과는 담을 쌓는 정신적 자세가 있어야 한다.


슈퍼요트 1년 유지 비용은 요트 가격의 10% 정도라고 한다. 2000억 원짜리 요트의 경우 감가상각과 관리비용으로 일 년에 200억 원이 날아가는 셈이다. 71미터짜리 요트를 기준으로 기름값이 5억 원, 정박비가 4억 원, 보험료가 3억 원, 수리 및 기타 관리비가 10억 원, 직원 월급이 15억 원가량 든다. 캡틴의 월급이 일 년에 1.5억 원, 잔일 하는 직원의 급여가 3천만 원 정도다.

그러나 근무자의 부수입이 꽤 된다고 한다. 요트의 오너가 요트에서 바람을 피우거나 환각 파티를 벌이거나 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그런 일이 있고 나면 비밀 유지를 위해 돈을 꽤 집어 준다고 한다. 오너의 배우자도 보통이 아니기 때문에 요트에 자신의 스파이를 둘 수 있는데, 요트 근무자 사이의 불문율은 비밀을 유지하는 대가로 돈을 받기는 해도 비밀을 폭로하는 대가로 돈을 받지는 않는다고…



슈퍼요트의 내부는 화려함의 극치인데, 이곳에서 수억 원짜리 파티가 수시로 열린다. 바다 한가운데서 파티 중에 갑자기 도미노 피자가 먹고 싶어서 도미노 피자를 헬리콥터로 배달하는 경우도 있다. 돈이란 무엇인가? 도미노 피자란 무엇인가?

영어 성경을 최초로 만든 영국의 왕 제임스 일세가 자신의 아들을 위해 레저용 배를 만든 것이 현대 요트 문화의 시초다. 1600년대 초반이다. 이후에 찰스 1세가 의회와 갈등을 빚다가 크롬웰의 의회군에 패하고 왕정이 단절되었다. 그의 아들 찰스 2세가 네덜란드에 피신해 있었는데, 그곳에서 레저용 배를 선물 받았다. 요트라는 단어가 네덜란드어에서 온 말이다. 1660년 왕정이 복구되고 나서 찰스 2세는 여러 개의 왕실 요트(Royal Yacht)를 건조하도록 시켰는데, 그렇게 화려한 형태는 아니었다. 1663년에 최초의 요트 대회가 개최된 기록이 있다. 1700년대부터 많은 요트 클럽이 영국 각지에 생겨 나서 오늘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외무부 장관의 배우자가 사려고 했던 요트는 슈퍼요트는 아니고 2억 상당의 요트라고 한다. 팀 로빈스가 수리하는 배보다 조금 좋은 수준이다. 슈퍼요트처럼 일 년에 10% 정도의 유지비가 들지는 않을 것이지만, 실제로 그 정도 들어서 일 년에 2천만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해도 도덕적으로 비난받을만한 낭비라거나 위화감을 조성할만한 사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도미노 피자를 배달해서 먹을 수도 없는 요트가 뭔 그리 대수겠는가?


여행 자제 권고를 따르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하는데,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자 대비 집에만 있는 노인이 겪는 심적인 고통도 이해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자가 격리를 잘 따르기만 한다면 해외에서 푹 쉬다 오는 것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닐 것 같다.

그래서 요트 논란은 여기서 그만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논란이 건설적이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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