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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Oct 31. 2020

F1 자동차 경주의 세계와 사윗감을 고르는 방법

런던 라이프

F1 자동차 경주의 세계와 사윗감을 고르는 방법


영국의 루이스 해밀턴이 F1 그랑프리 경주에서 92승을 거두었다. 마이클 슈마허가 가지고 있던 91승 기록을 경신하면서 명실상부한 역사상 최고의 드라이버가 되었다. 루이스 해밀턴은 런던 북쪽의 스티븐이지(Stevenage)에서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놀림을 받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라테를 배우면서 스스로가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최초의 흑인 F1 경주 선수며, 지금까지도 유일한 흑인 드라이버다. 현재 영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흑인 인권 운동(Black Lives Matter)을 벌이는 스포츠 스타다.

올해의 브리티시 그랑프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52바퀴를 도는 마지막 바퀴에 진입했을 때 해밀턴과 2위와의 차이는 34초였다. 압도적인 레이스였다. 누군가는 ‘이만하면 타이어가 펑크 나도 이길 수 있겠군!’하고 생각하고 있었을 순간이었다. 마지막 바퀴 중간에 타이어가 너덜너덜해졌고, 이등과의 차이는 급격히 좁혀졌다. 루이스 해밀턴은 바퀴가 이탈하지 않도록 기어가듯이 운전했다. 이 모습을 본 영국 F1 팬은 손에 땀을 쥐었다. 루이스 해밀턴에게 베팅한 사람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결국 5초 차이로 우승했다.  

브리티시 그랑프리에거 타이어가 너덜너덜해진 채로 경주하는 모습


F1은 한국에는 덜 알려져 있지만 일 년에 17억 명이 관람하는 국제 스포츠 메인 이벤트다. 큰 아이의 학교에는 한 학년에 120명 학생이 있는데, 그중에 20명 정도가 F1의 열렬한 팬이다. 유튜브에서 브리티시 그랑프리(British Grand Prix) 2020을 보면 F1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내가 결혼할 수 있었던 것은 장모님이 나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내가 장모님 맘에 들었던 것은 훤칠한 키, 선하게 생긴 얼굴과 전도유망함(이 단어 왜 이렇게 웃기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운전할 때 차선을 변경하지 않고 한 차선으로만 달렸기 때문이었다. 한 차선으로만 간다는 것의 의미를 장모님은 ‘안전을 선호하고, 조급한 마음이 없고, 한 우물을 파는 사람’으로 해석했다.

그렇다면 장모님은 속았다. 나는 안전을 선호하지 않으며, 한 우물을 파는 것을 싫어한다. 나를 잘 아는 러시아 친구는 ‘나처럼 하나에 열성적으로 몰두했다가 금방 심드렁해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나는 스피드를 싫어할 뿐이다. 딸을 가진 어머니라면 사윗감이 운전하는 모습으로 그의 성향을 파악해서는 안 된다. 같이 고스톱을 쳐보거나 카지노에 가보는 것이 성향 파악에 더 효과적이다. 예비 장모의 맘에 들기를 원하는 젊은이라면 자동차를 단정하게 모는 것만으로도 점수를 딸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차선을 바꾸지 않는 것이다.


렉서스를 타다가 BMW로 차를 바꾼 적이 있다. 차를 바꿨다는 소식을 들은 한 직원이 다른 직원에게 한 말이다. ‘미스터 윤은 한 차선으로만 느릿느릿 달리는데 BMW가 왜 필요하지?’ 나는 스피드를 싫어하지 BMW나 벤츠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런 내게도 인생에서 두 번의 스피드 경험이 있다. 한 번은 투르크메니스탄 경마장에서 아할 테케 경주마를 탄 적이 있다. 말을 제법 탈 줄 알았기에 꼭 해보고 싶었다. 경주마가 트랙으로 들어서자마자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말을 멈출 수가 없었다. 기승 실력의 한계를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마사 주변에 돌아다니는 개가 엄청 짖고 있었다. ‘젠장할 개 짖는 소리만 없다면 어떻게든 버틸만하겠구먼!’이란 생각이 들었다. 개 짖는 소리는 공포감을 증폭시켰다. ‘나는 죽는데, 개는 짖는구나!’

경주마는 트랙을 한 바퀴 돌면 지치게 되어 있다. 말을 멈추려 말고 한 바퀴만 버티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이 일반적인 경주마인 잉글리시 써로브레드가 아니고, 투르크메니스탄 아할 테케였다. 관우가 몰았다는 천리마가 아할 테케다. 살아남았지만, 아마추어 기수는 절대로 경주마를 타서는 안된다. 트랙에서는 특히나. 그 후로 나는 말 타는 것에 시큰둥해졌고, 스피드는 더욱 싫어하게 되었다.


영국에 오기 전 이년 동안 나는 벤츠 S63 AMG를 탔다. 이건 자랑 같아서 공개적으로는 이야기한 적이 없다. 차 문을 열고 자리에 앉는 순간 몸이 느끼는 편안함과 눈이 느끼는 화려함이 잘 조화를 이룬다. 지금이야 말이지만 주문 맞춤형 차가 아닌 이상 S63 AMG 이상의 차는 없다. 루이스 해밀턴도 이 차를 가지고 있다.

하루는 친구에게 차를 자랑하기 위해 같이 고속도로에 나갔다. 그야말로 밟는 대로 나갔다. 200 220 240 260 280 차는 아무렇지도 않게 반응했다. 마음만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편안했다. 전조등을 켜거나 추월을 위해 차선을 변경할 이유가 없었다. 앞에 있는 차들이 알아서 홍해 바다 갈라지듯이 갈라졌다. 원하지 않아도 그냥 한 차선으로만 달리게 되었다. 옆좌석에 있는 친구가 쫄기 시작했다. 290 그리고 300. 나도 쫄리기는 마찬가지. ‘계기판에는 330까지 있지만, 300이면 되었지 330까지 굳이 보여줄 필요가 있겠는가?’ 다시 290 그리고 280. 뒤의 차들은 이미 보이지도 않았다.


F1 경주에서 차들이 360KM로 달리니까 일반차로 300을 달린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자랑할 것이 없어 차 자랑이냐? 그것도 스피드 자랑이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자랑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차선을 바꾸지 않는 것이 그 사람이 안정적인 사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F1 경주도 한 차선으로만 달린다. 루이스 해밀턴은 메르세데스 벤츠로부터 일 년에 480억 원을 받는다. 옷에 브랜드 광고를 해주는 대가로 Tommy Hilfiger, IWC, 소니, 퓨마 등으로부터 일 년에 150억 원을 받는다. 현재 재산은 3 5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그에게 전성기는 아직도 많이 남았다. 마이클 슈마허가 43세까지 그랑프리 대회에 참여했으니 앞으로 8년 정도 더 활약할 수 있다.


최고의 사윗감을 고른다면 한 차선으로 차를 모는 습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거기에 더하여 스피드를 좋아한다는 조건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장모님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내년에는 장모님을 모시고 브리티시 그랑프리를 직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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