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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Nov 08. 2020

트럼프는 승복할 것이다

런던 라이프

트럼프는 승복할 것이다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갈망에 불꽃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동서고금에 그렇다. 푸틴이 러시아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한 물 간 공산당 세력의 지지 때문도 아니고, KGB의 음모 때문도 아니다. 안정된 러시아, 위대한 러시아를 다시 만들어 보자는 국민들의 갈망에 불꽃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 불꽃은 20년간 활활 타오르고 있다. 한번 타오른 불꽃은 잘 꺼지지 않는다.

한국에도 그런 리더가 있었다. 호남의 소외를 극복해 보겠다는 갈망, 정권 교체를 이뤄 보겠다는 갈망에 김대중은 불꽃을 일으켰다. 노무현도 마찬가지다. 소외된 사람들의 참여에 대한 갈망에 불꽃을 일으켰다. 불꽃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김대중의 불꽃은 노무현으로 이어졌고, 노무현의 불꽃은 문재인으로 이어졌다.

박근혜의 당선은 불꽃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측은함 같은 것이었다. 박정희가 그렇게 끝나서는 안된다는 회한 같은 것이었다. 박근혜에게는 불꽃이 없었으므로 어려울 때 그를 지켜줄 횃불이 없었다. 박근혜는 그저 박정희 시대의 문을 닫은 것뿐이다.


영국에도 그런 열망과 불꽃이 있었다. 리더는 아니었지만 브렉시트(Brexit)라는 이슈가 그랬다. 주류인 줄 알고 살았는데 어느덧 소외되어 있음을 깨달은 백인 영국인(특히 시골 사람)에게 자기 결정권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브렉시터(Brexiter)는 그 갈망에 불꽃을 일으켰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백인 미국인(특히 시골 사람)의 갈망에 불꽃을 일으켰다. 트럼프가 재선이 되었다면 두번째 임기는 첫번째 임기보다 더 못했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트럼프 불꽃은 시나브로 사라지게 되어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트럼프는 여러 가지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이번 선거에서 무서운 득표력을 보여주었다. 불꽃은 절대로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불꽃이 꺼지지 않는 이상, 다음 선거에서 공화당에서 트럼프를 꺾을 수 있는 후보가 나오기가 어렵다. 트럼프는 다음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된다.(보통 사람이라면 다음 선거에는 안 나오는데, 트럼프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바이든이 나이가 있어 다음 선거에 나오지 못하고, 부통령인 카멜라 해리스가 민주당 후보로 나온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트럼프가 이긴다.



부통령이 되어 멋진 정치를 보여주면 카멜라 해리스의 인기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 정치가 아니라 어느 나라 정치에도 이인자가 정치력을 발휘할 여지는 거의 없다. 바이든이 정치력이 없어 보이는 이유도 너무 오래 부통령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에서 부통령은 방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요강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


루스벨트 시절 트루먼은 핵폭탄이 개발되는지도 몰랐고, 2차 대전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도 몰랐으며, 백악관에서 루스벨트를 만난 것도 두 차례에 불과했다. 최근 부통령은 그 정도는 아니었겠다. 그래도 요강같은 측면, 걸리적 거려서 없었으면 좋겠으나 만일을 위해 놓아 두는 측면이 있었다.

트럼프 반대자들에게는 매우 듣기 싫은 이야기겠지만, 트럼프가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트럼프가 지금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은 불씨를 잘 살려 놓는 것이다. 트럼프가 법원에 개표 중단을 요청한 것, 재개표를 요청한 것, 열성 지지자에게 자기를 지켜 달라고 호소한 것은 불씨를 살려 놓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트럼프는 ‘도둑맞은(?) 대통령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메시지를 지지자에게 전달한 후에 결과에 승복할 것이다. 아마도 11월 안에. 그렇게 되면 시간은 트럼프 편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시간은 박근혜 대통령의 편이었던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의 허망한 죽음으로 시간이 문재인 대통령의 편이었던 것처럼…

트럼프 반대자가 걱정해야 할 일은 트럼프의 불복이 아니다. 정작 걱정해야 할 일은 4년 후다. 트럼프가 미국 사회에 심어 놓은 불꽃을 끄기 위해서 민주당 지지자들은 시간만 나면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불꽃을 향해 오줌을 갈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큰 불꽃은 오줌으로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요강으로도 잡히지 않는다.



적어도 바이든이 취임할 때까지는 심각하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일단은 파티다. 파티에서 바이든은 축하 받아 마땅하다. 요강에서 탈피하여 성공 가도에 진입한 몇 안 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향인 아일랜드도 잊지 말고 챙겨주길 바란다. 영국 사람들이 아일랜드 눈치 좀 보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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