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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Jan 03. 2021

미스 잉글랜드 출신 백신 분석가 카리나 티럴

런던 라이프

미스 잉글랜드 출신 백신 분석가 카리나 티럴이 말했다. ‘백신의 날이 밝았다.’
  
자전거를 타고 런던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어젯밤에는 그리니치에 있는 커티삭(Cutty Sark)에 갔고, 오늘 낮에는 크리스털 팰리스 공원에 갔다. 공원에 가니 백신 접종 센터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미국에 있는 페친, 사우디에 있는 페친, 영국에 있는 지인 등이 이미 백신을 접종받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동네 공원에 백신 접종 센터가 만들어진 것을 보니, 백신의 날이 밝았다는 사실이 피부로 다가왔다.


타임지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백신 개발에 크고 작은 기여를 하고 있는 사람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늘 주의 깊게 보는 코너인데 이번에는 더욱 큰 관심이 갔다. 주인공이 꽤나 미녀였기 때문이 아니고(정말 아니다), 그녀 옆에 자전거가 한 대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손가락을 별려 사진을 확대해 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아니라 자전거의 브랜드가 보이는 부분을 말이다. 보일 듯 말 듯 파쉴리(Pashley)라는 브랜드가 보인다. 그럴 줄 알았다. 영국을 대표하는 자전거 브랜드다.


그러고 나서 주인공의 얼굴을 확대해 보고는 기사를 꼼꼼히 읽어 보았다. 주인공은 카리나 티럴(Carina Tyrrell)이었다. 그녀는 케임브리지 전염병 연구소에서 백신 데이터를 분석하여,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승인되는데 크게 공헌했다. 케임브리지 의대에서 공부하여 의사가 되었고, 옥스퍼드에서 2년간 임상의를 하다가 케임브리지 전염병 연구소로 돌아와 연구의로 일하고 있다.

그녀의 독특한 이력은 그녀가 2014년 미스 잉글랜드 우승자이며, 미스 UK 우승자라는 사실이다. 미스월드 대회에서도 Top 5에 들었으며 현재는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옥스브리지 출신 최초의 미스 잉글랜드인 그녀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말한다. 미인 선발대회(pageant)에서 우승한 페미니스트라고? 사람이 다양하듯이 페미니스트도 다양한데, 난 그런 사실을 종종 잊는다.


‘너는 어느 백신을 맞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스 잉글랜드이자 페미니스트이며 케임브리지 전염병 전문가인 카리나 티럴은 이렇게 답했다. ‘내게 순서가 돌아오는 백신을 맞겠다. 승인된 백신간의 효과 차이는 걱정할 만한 것이 아니다. 임상시험의 결과는 예비적인 것으로, 실제 효능에서 수치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3상 시험에서 화이자 백신이 더 효과적이었지만, 대규모 접종에서는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 100% 효능을 보이는 백신이란 거의 없다. 인류가 역사적으로 접종을 해왔던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3상에서 보여준 정도의 효능을 보였던 것이 대부분이다.’

미녀는 아무 백신이나 맞지만, 자전거는 파쉴리를 탄다. 그리고 백신의 날의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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