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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Jan 30. 2021

아이 돌보는 직업과 놀란드 컬리지

런던 라이프


아이 돌보는 직업과 놀란드 컬리지(Norland College)
  
  
한국 신문에 ‘케이트 미들턴이 락다운 기간에 아이 돌보는데 진이 빠진다’는 기사가 있었다. ‘왕세자비가 아이를 키우면서 무슨 진이 빠지냐?’고 딴지를 걸 수도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에는 누구에게나 진이 빠지는 요소가 있다.

케이트 미들턴은 세명의 아이를 돌보는 데에 한명의 내니(Nanny)를 두고 있다. 전통적으로 로얄 패밀리는 한명의 아이에 한명의 내니를 두지만, 케이트 미들턴은 한명만 고용하고 있다. 보통사람처럼 보이기 위한 쇼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 삐딱하게 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로얄 패밀리가 아니라 조금만 여유 있는 집안이라면 한 아이에 한명의 내니를 둔다. 나의 경험으로도 그런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첫째는 온전히 엄마의 손에 자랐지만, 둘째에게는 내니가 있었다. 그녀는 손이 빠르고 뭐든지 잘하는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고려인 아줌마였다. 그녀와 첫째 아이는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내니의 역할과 동생을 장난의 대상으로 삼는 형의 호기심 사이에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셋째에게는 젊은 카자흐 여성이 내니로 일했다. 누나 같은 내니였는데, 역시 둘째와 싸우는 일이 많았다. 한 사람이 여러 명의 아이를 케어하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어려운 일이지만 정신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잘 해내는 것은 훌륭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더군다나 로얄 내니로서 그렇게 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의 시선도 신경 써야 하며, 미래의 왕을 키운다는 스트레스도 극복해야 한다.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명의 내니에게 세명의 아이를 돌보게 하는 것은 철학이다. 서민 코스프레를 위해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케이트 미들턴의 아이 세명을 돌보는 영국 왕실 내니는 마리나 보셀로(Marina Borrallo)로 스페인계 여성이다. 아이들에게 스페인어도 가르친다. 그녀는 바쓰(Bath)에 있는 놀란드 컬리지를 졸업했다. 놀란드 컬리지는 1892년도에 설립된 내니 양성 학교로 일반 대학 과정이다. 학비는 보통의 대학보다 조금 더 비싸다. 영국에서 왕실을 포함한 유명 인사 집의 내니로 일하기 위해서는 이 대학을 졸업하는 게 필수적이다.

놀란드 대학에서는 유아교육을 포함하여 배우지 않는 것이 없다. 심리학, 영양학, 조리법, 간호학, 응급 처치법을 포함하여 테러에 대비하는 법, 사이버 테러에 대처하는 법도 배운다. 태권도도 배우는데 유사시에 아이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F1 드라이버급의 고난도 운전 기술도 배운다. 파파라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터프한 운전법을 배우는 것이다.



마리나 보셀로 밑에서 크고 있는 세명의 왕자와 공주는 저녁 7시면 예외 없이 자야 하며, 식탁에서 주는 것 이외에 ‘이것은 먹기 싫다’ ‘다른 것을 달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밖에서 놀 때는 진흙탕에 구르는 것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것이 허용된다.

왕자와 공주 세명을 돌보는 입장의 내니로서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은 파파라치들로부터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찍히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파파라치로부터 세명의 아이를 매 순간 어떻게 보호할 수 있겠는가? 그저 평소에 잘 행동하는 아이로 키우는 수밖에 없다.

나도 돈을 많이 벌어서 놀란드 컬리지를 졸업한 내니를 고용해 보고 싶다. 그러려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돈 버는 것도 어렵지만, 시간은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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