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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Jul 26. 2021

태권도와 양궁, 그리고 Google

London Life

태권도와 양궁, 그리고 Google

  

   

우리 부부가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도 민족주의적인 성향이 적다. 얼마 전까지는 모두 그랬다. 그런데 여섯 살 막내 예준이가 ‘한국이 최고다’라고 주장하는 아이가 되었다. 그렇게 된 것은 1학년 같은 반의 중국 아이 때문이다. 그 아이는 학교에서 다음과 같은 말로 예준을 자극하곤 한단다.


“중국이 뭐든 세계 최고다. 한국은 약소국이다. 중국은 대만의 친구다. 한국은 미국과 가까워지려고 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친구가 아니다. 그리고 구글은 쓰레기다.” 학교에서는 당연히 그런 비슷한 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그 아이의 생각은 온전히 부모에게서 온 것이리라. 아이를 데리러 오는 부모는 젊은 중국인이다. 그들이 얼마나 중국인의 생각을 대표하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 아이를 기분 나쁘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예준은 태권도가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무한한 자긍심을 느낀다. 올림픽 태권도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손꼽아 기대했다. 오늘 한국 선수는 1라운드에서 탈락하여 아이를 울게 만들었다. 반대로 중국 선수가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중국 선수를 준결승에서 물리친 이는 브래들리 신든(Bradley Sinden)이라는 영국 선수였다. 그는 결승전에서 마지막 7초를 남기고 29-27 앞서 있었는데,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선택했고, 우즈베키스탄 선수에게 34-29 역전패했다. 그의 스포츠맨십에 경의를 표하며, 그가 준결승에서 중국 선수를 이긴 것은 우리 집의 평화를 위해  다행이었다. 그는 오늘 예준의 영웅이다.



한국 선수단은 영국이 만든 양궁에서  금메달을 땄다. 영국 선수단이 한국이 만든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땄다면, 예준에게는  스토리가 되었을 것이다. 활쏘기는 어디에나 있었으나, 현대 양궁은 19세기 영국의 요크에서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40야드, 60야드, 80야드, 100야드  개의 종목이 있었다. 우리 어릴 적에 양궁은 거리별 종목이었으나, 어느 순간에 거리별 경기가 없어졌다. 수영이나 육상처럼 그리고 양궁이 만들어진 처음처럼 양궁도 거리별로 종목을 만들어서 메달 수를 늘려야 한다.



요크에서 1844년에 클럽이 생긴 이후에 양궁은 영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던 중에 상류층 남성들이 크로켓(croquet)과 테니스에 더 관심을 두면서, 양궁의 인기는 영국에서 시들해졌다. 대신에 미국에서 각광을 받아 오늘날의 양궁 게임으로 발전했다. 한국 여자 양궁은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는 말에 예준은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양궁 결승전을 보고 또 본다.


한국은 양궁이 세고, 영국은 조정이 세다. 영국의 남자 조정 4인승은 올림픽에서 5회 연속 우승했다. 우리 양궁이 연승을 이어간 것처럼, 영국 조정도 연승을 이어가길 바란다. 그리고 예준을 위해서라도 우리나라 선수가 꼭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따기를 바란다.


그런데, 미국, 중국, 대만, 한국 이야기하다가 왜 갑자기 구글이 갑툭튀인지는 알 수 없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구글인가?


London Life 2.0 –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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