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우리 Apr 14. 2020

바이러스, 박테리아와 페니실린

영국 의료

런던 패딩턴에는 St Mary’s Hospital이 있습니다. 예준이가 런던 온 지 두 달 지난 무렵에 감기와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갔던 병원입니다. 영국의 NHS가 굼뜨기로 유명하지만, 응급 의료 시스템은 잘 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예준이는 병원 가는 중에 호전되어 별다른 치료 없이 의사 선생님과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다가 머핀 먹고 집에 왔습니다.


1928년에 이 병원에서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이 페니실린을 발견했습니다. 플레밍은 포도상구균을 연구하고 있었고, 아래층에서는 다른 학자가 푸른곰팡이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플레밍이 휴가를 다녀와서 보니, 아래층에서 날라 온 푸른곰팡이가 포도상구균의 번식을 억제하고 있는 모습이 어느 한 배양 접시에서 포착되었습니다. 이렇게 신의 선물처럼 페니실린이 발견되었습니다. 당연히 노벨상을 받았고,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인정받습니다.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의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합니다. 매독이나 임질과 같은 성병이 페니실린 한방에 나가떨어졌으며, 페스트, 결핵, 식중독 등 수많은 세균성 질환이 페니실린을 기점으로 개발된 항생제들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1924년에 레닌이 매독으로 죽었는데, 페니실린이 조금만 일찍 발견되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까요?(소련은 레닌의 사인이 매독균이라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습니다.)


페니실린은 부작용이 있어서 최근에는 매독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사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보다는 많은 세균이 페니실린에 내성을 획득하여 발전된 페니실린 항생제가 사용된다고 합니다. 아목실린을 포함하여 ~실린으로 끝나는 항생제가 페니실린 계통의 항생제라고 합니다.


페니실린은 세균(박테리아)의 세포벽을 공격하여 세균을 무력화시킵니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와 달리 하나의 완전한 세포가 아닙니다. 세포벽도 없습니다. 바이러스는 그냥 DNA 또는 RNA 덩어리에 불과합니다. 자가증식을 못하여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다른 세포에 기생하며, 숙주의 물질을 이용하여 증식합니다. 페니실린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바이러스를 공격하지 못합니다. 이유는 바이러스에는 페니실린이 공략할 대상인 세포벽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포벽을 공격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계통의 항생제도 바이러스를 공격하기는 어려운 모양입니다.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가 있지만, 바이러스 완치까지는 갈길이 멉니다. 바이러스는 변이가 쉽게 발생하기도 하고, 바이러스를 공략하다 보면 바이러스가 기대고 있는 숙주에 공격이 가해지게 되어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가 봅니다. ‘정상적인 생명체가 아니라서 죽이는 것도 어렵구나!’라고 단순하게 이해하면 쉽습니다. 그래서 생명체를 죽이는 항생제로는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없습니다. ‘감기에 항생제가 소용없다’는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됩니다. 감기, 독감, 에볼라, 에이즈 이런 것들이 바이러스 질환입니다.


COVID-19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입니다. 감기와 마찬가지로 치료약은 없습니다. 우한 폐렴 바이러스로 인해 불신과 혐오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질병 자체도 무섭지만, 질병에 따르는 인간성 피폐화가 더욱 무서운 것이 세상 이치입니다.


페니실린으로 시작된 항생제의 발견으로 인류의 평균 수명이 30세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단순히 수명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선물과 같았던 페니실린의 발견처럼 언젠가 바이러스 치료법을 발견하게 되면, 인류의 수명은 다시 한번 크게 늘어날 겁니다. 바이러스 정복이 앞당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St Mary’s Hospital의 사진을 올려 봅니다.

 


(끝)

작가의 이전글 대청소와 Reckitt Benckise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