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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Aug 19. 2021

난민이란 무엇인가?

London Life

난민이란 무엇인가?

  


아프가니스탄 시내는 은행에 뱅크런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평온하다고 한다. (그러니 혼란한 나라에서 돈을 왜 은행에 보관하나?) 공항이나 육로 국경에는 혼잡이 있는 모양이다. 아프간 인구가 33백만 명인데 그중에 40만 명이 난민이 될 것으로 영국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의 예상이 잘 맞지 않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폐친의 포스팅에 의하면 캐나다 정부가 2만 명의 난민을 받는다고 한다. 영국 정부도 2만 명의 난민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시리아 사태 때도 2만 명의 난민을 받았다. 2만 명이 그들 사이의 최대한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친척 경조사에 30만 원 부조하는 그런 것인가?


40만 명 중에 2만 명은 꽤나 큰 숫자다. 문제는 40만 명은 한 번에 발생하지만, 2만 명은 한 번에 받는 숫자가 아니란 점이다. 캐나다 같은 큰 나라는 몰라도 영국 같은 나라에서 2만 명의 난민을 한 번에 받기는 어렵다. 몇 년에 걸쳐서 2만 명을 채울 것이다.



난민에게는 집을 줘야 한다. 집이란 것이 캠프나 기숙사가 아니고 정식 집이다. 정부가 집을 보유하고 있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에, 기부를 받는다. 세컨드 하우스를 공짜로 제공하겠다는 집과 공짜는 아니어도 싸게 임대해 주는 물량을 확보하고, 그게 부족할 경우는 정부 예산으로 임대를 구해서 난민에게 준다. 그리고 가족 수와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한 달에 4백에서 5백만 원의 생활비를 지원한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후에 이혼하게 될 경우에는 받는 지원금이 늘어난다. 별도의 세대가 되기 때문에 집도 두 개를 받게 되고, 지원금도 늘어난다. 위장 이혼인지 체크는 하겠으나 이혼했다고 하는데 굳이 이혼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난감한 일이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일을 처리하는 난민은 규정의 허점을 잘 공략한다. 허점을 공략당하는 정부는 허점을 시정하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난민을 괘씸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사람은 행정적 착오에 노출될 염려가 적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행정비용이 적게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난민이 그렇지 않은 난민보다 범죄자로 빠질 염려가 적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존재하는 규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난민의 권리다.


주택과 생활비를 줘야 하기 때문에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영국 정부는 2 명을  번에 받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많은 수의 사람들은 오랫동안 파키스탄 국경 어딘가에서 캠프 생활을 해야 한다. 부조를 한번에 30만 원하면 생활에 도움이 되겠으나 10개월 할부로 한다면 감질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캠프 생활을 하다가 난민으로 인정되어 영국이나 캐나다에 가게 되면 상황이 비교할 수 없이 좋아진다.


아프간 사태는 그간 난민이 되려고 노력했던 일부 아프간인에게는 반가운 사태일 수도 있다. 그동안 아프간을 나와서 영국이나 유럽에 난민 신청을 했다고 하면 80% 이상은 신청이 거절되었을 것이다. 미국의 지지를 받는 아프가니스탄은 생명이 위협받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난민 신청 중에 있었던 아프가니스탄 사람의 난민 신청은 대부분 받아들여질 것이다.


탈북하여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중에 수백 명이 한국에 정착한 사실을 숨기고 영국에 와서 난민이 되었다. 그들 때문에 영국은 한국에 정착한 적이 없는 진짜 북한 난민조차도 더 이상 받지 않는다. 식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국에 온 탈북자들은 잘 살고 있다.


그들이 한국을 버리고 영국에 온 이유는 영국 난민 지원이 좋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한국 사람은 북한 사람과 남한 사람을 잘 구분하지만, 영국 사람은 북한 사람과 남한 사람을 거의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지원과 함께 난민에게 가장 큰 고려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 사회가 난민을 ‘얼마나 차별하느냐?’다. 경제적 선진국이 차별이 적은 게 보통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난민은 성공하여 고국에 있는 가족도 데려와야 하고, 친인척에게 돈도 보내야 한다. 때문에 일도 열심히 하고 자식들은 공부도 열심히 한다. 그래서 보통은 받아준 사회에 크게 기여한다. 1940년대 유럽을 떠나 미국에 갔던 유대인 난민이 미국 사회에 크게 기여했고, 1970년대 우간다를 떠난 인도 난민이 영국 사회에 상당히 기여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시 유대인과 인도인에게 비트코인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 적이 있는데, 미군 수송기를 탄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비트코인이 있었을지 궁금했다. 비트코인이 많을수록 정착이 쉽겠으나 그렇지 않더라도 걱정하지 않을 일이다. 미국이 난민 정착을 잘 도울 것이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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