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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May 22. 2022

스트리트 아티스트의 경지에 놀라다

London Life

스트리트 아트의 경지에 놀라다

  

우리 동네에 많은 스트리트 아트가 있다. 나는 스틱(Stik)이란 스트리트 아티스트는 알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몰랐다. 2012년에 덜위치 페스티벌은 노숙자나 다름없던 스틱을 불렀다.


덜위치 픽쳐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바로크 미술을 보여주고, 그것을 재해석하여 길거리 담벼락에 남겨 달라고 부탁했다. 순수 미술과 거리 미술, 고전 미술과 현대 미술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시도였다. 이 기획은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스틱은 명성을 얻었고, 동네 주민은 스트리트 아트의 참 맛을 알게 되었다.


2012년 성공을 바탕으로 2013년에는 유럽 전역에서 스트리트 아티스트를 불렀다. 매드 씨, 티에르 누아르, 코너 해링톤을 비롯한 20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역시 바로크 미술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었다.


아래 왼쪽 사진은 안토니 반 다이크의 작품, ‘베네치아 딕비 부인’의 죽음이다.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죽은 부인의 평온함과 아름다움을 오래 담아두고 싶어서 남편이 유명화가이자 친구인 반 다이크를 불러 그리게 한 것이다. 오른쪽 사진은 Mad C가 반다이크 작품을 추상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반 다이크 원작 구도를 그대로 나타낼 수 있는 외벽을 선택했다. 첫째 작품에는 희미하게 장미꽃이 있는데, 매드 씨는 추상적인 작품 해석에 장미만을 구상적으로 표현했다. 장소의 섭외부터 표현까지 궁극의 경지다.



아래 왼쪽 작품을 스틱이 해석한 것이 오른쪽 작품이다. 원작의 태양 위치에 가로등을 선택했고, 스틱의 화풍으로는 살리기 어려운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각이진 모퉁이 담벼락을 선택했다.



아래 왼쪽 반 다이크의 ‘삼손과 델릴라’를 데이비드 실링로우가 길거리 벽화로 재해석한 것이 오른쪽이다.



이러한 시리즈가 50개가 넘는다. 이를 통틀어 ‘덜위치 아웃도어 갤러리’라고 부른다. 스트리트 화가의 표현도 예술이지만, 장소 섭외의 디테일이 보통이 아니다. 건물 외벽 파이프뿐만 아니라 주변 가로등과 나무, 그리고 풀까지도 바로크 미술을 재해석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덜위치 아웃도어 갤러리를 보고 나면, 스트리트 아티스트를 그야말로 경외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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