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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Aug 06. 2022

펠로시 방한으로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문제점

London Life

펠로시 방한에 대한 최대한 중립적인 반응


  

펠로시의 방한을 최대한 중립적 견지에서 평가해 보면 이럴 것 같다. 왜 최대한 중립적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해보기로 한다.


1.   국회의장이 나라를 대표해서 외교 무대에 나서는 것이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국회의장은 국회 일을 신경 쓰고 국회의원 만나고, 지역구 주민을 만나는 일에 열중하는 것이 맞다. 펠로시를 만난 우리나라 국회의장도 해외순방에 가서 한국 무기수출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국회의장의 일 아니다. 해외 국회 견학이나 해외 국회의장과의 만남은 좋은데, 그것은 최대한 조용히 하는 것이 좋겠다.


2.   그런데 하여간 미국 하원의장이 왔다. 대통령이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인사를 꼭 만나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펠로시 정도의 비중 있는 인물이면 만나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왜 안 만났을까? 휴가였다. 그냥 쉬고 싶었다. 사전 일정이 있었다. 만나서 할 이야기가 없었다. 중국 눈치를 보았다. 바이든의 뜻이었다.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앞의 네 가지는 그냥 하는 이야기이거나 과도한 비난이다. 뒤의 두 가지로 좁혀진다. 중국 눈치를 보았거나 바이든의 눈치를 보았거나.


3.   외교안보 채널에서 다양한 회의를 했을 것이고,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것일 것이다. 설마 그랬겠지. 문제는 그 외교안보 채널의 결정이 하나는 보고 둘은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채널에서 나왔을 이야기는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중국통이 이야기했을 중국과 대만의 갈등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대통령의 고등학교 친구가 중국대사라고 하는데 중국 대사의 이야기를 들었을까? 들었더라도 그게 결정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국의 외교정책이 친미에서 갑자기 친중으로 갈 수는 없는 것이다.


4.   외교안보 채널이 심사숙고 끝에 가장 비중 있게 받아들인 것은 바이든의 뜻이었을 것이다. 바이든은 펠로시가 중국과 대만의 관계에 깊이 관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앞의 1번에서 말한 이유에서다. 결국 미국 최고 결정권자의 의견을 들은 우리나라 외교안보 채널이 만나지 않는 결정을 내린 것일 것이다. 그들이 만나라고 조언했다면 대통령은 만났을 것이다. 그러한 결정은 중국의 의견과도 일치하기 때문에 한국 외교안보 채널 입장에서는 결정하기 쉬운 사항이었다. 복잡한 국가 간의 관계에서 쉬운 결정은 대게 틀린 결정이다. 쉬운 결정 후에 세 가지 문제가 드러났다.



5.   첫째 문제는 다른 나라는 펠로시를 환대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도 바이든의 의중이 전달되었을 것이다. 다른 나라는 바이든의 의중보다 중국에 보여주는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즉 다른 나라는 우리나라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큰 강도로 중국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대만 위협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다른 나라보다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하여간에 다른 나라는 바이든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중국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6.   둘째 문제는 미국인의 감정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미국인이야 펠로시의 해외순방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으나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를 보는 미국인의 감정을 생각해 보자!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한국은 미국을 홀대했다. 외교는 윤석열과 바이든이 하는 것 같아도, 외교에서는 한국인의 감정과 미국인의 감정이 만난다. 바이든은 금방 물러난다. 그러나 미국인의 감정과 한국인의 감정은 바이든이나 윤석열보다 훨씬 오래간다. 고로 바이든의 의중보다 더 중요한 것은 뉴욕타임스를 보고 워싱턴 포스트를 보는 미국인의 감정이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미국 대통령은 ‘응 내가 그러라고 했어!’라고 절대로 말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나라도 ‘그게 미국 대통령 뜻이었어!’라고 말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외교 안보 채널은 그것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무능하다고 생각한다.


7.   셋째 문제는 한국인의 감정이다. 중국과 대만이라는 문제의 핵심에 있는 미국의 주요 인사가 방문했는데, 한국 대통령이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며 술잔을 기울였다. 미국의 항공모함과 전투기가 동원되고 중국이 무력시위를 공언한 상황에서 한국의 대통령이 보인 행동은 한국인의 눈에 위기시의 리더로서 적임자가 아니라는 인상을 주었다. 소주도 좋고, 연극인과의 만남도 좋고, 대학로도 좋고, 휴식도 좋다. 그러나 때가 그런 때가 아니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외교안보 채널과는 관계가 없고, 대통령실 홍보와 관련한 문제인데, 참으로 한심한 지경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8.   국회의장과의 만남에서 여당의 대표이며 권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권성동이 배석했다. 그는 마스크를 쓰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 점에서 한심한 지경은 하이라이트에 이른다. 민주당이 아마추어 정권이라고 하는 비난을 많이 했고 그 비난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스크를 쓴 권성동이 내민 핸드폰에서 이 정권은 그보다 훨씬 더 아마추어 정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9.    펠로시 방한으로 윤석열 정부의 단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잘한 사람들은 이번 정권의 중국통이다. 미국통과 청와대, 그리고 핵심 관계자는 교체가 필요해 보인다. 아마추어가 보기에도 아마추어 같으니 그러면 안 된다. 전 정권은 실제로 아마추어였다고 하더라도 우리 같은 아마추어가 보기에는 그렇게 아마추어 같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정권은 아마추어가 보기에도 너무 아마추어 같다.



10.   백날 말해봐야 소용없다. 한 장의 사진으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펠로시는 미군의 소리를 겸허히 듣는 사진을 남겼고, 그 하나로 경청하는 국회의장의 이미지를 남겼다. 권성동은 펠로시를 자신의 핸드폰으로 찍어 사진을 남겼고, 그 하나로 관광온 아저씨 같은 이미지를 남겼다. 그 때 대통령은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진을 남겼다. 그걸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펠로시 판문점 사진 찍은 기자와 같은 프로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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