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Life
책상 진보 친러 인사에게 농담을 선물한다.
세르게이와 티무르는 80년대 후반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공부했다. 고향으로 돌아가 학생을 가르치고 있던 티무르가 포브스 잡지를 보다가 러시아 30대 갑부 리스트에서 친구 세르게이를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했다.
- 티무르: 너 엄청 부자가 되었더라! 어떻게 된 거야?
- 세르게이: 친구! Это не по телефону(이건 전화로 안되지). 내가 전용기 보내줄 테니 타고 모스크바로 와!
(오랜만에 만난 둘은 사우나에서 향락에 빠졌다. 다음날 세르게이는 모스크바 언덕으로 티무르를 데리고 갔다.)
- 세르게이: 저기 도로가 보이지? 저 도로 폭이 얼마 정도인 거 같아?
- 티무르: 12미터 정도 되는 거 같은데.
- 세르게이: 저게 사실은 폭이 16미터야 돼. 바닥에 자갈이 10센티미터 깔려야 하는데, 깔린 것은 건축 폐기물이야!
(티무르는 깨달음을 얻었다. 몇 년이 지났다. 세르게이가 포브스지를 보는데, 티무르가 러시아 갑부 리스트도 아니고 세계 갑부 리스트 30위에 들어 있었다.)
- 세르게이: 너, 어떻게 된 거야? 돈을 어떻게 벌었어?
- 티무르: 친구! 에따 니 파 텔레포누(이건 전화로 안되지) 전용기 보낼 테니 타고 와!
(둘은 또 사우나에서 온갖 향락을 즐겼다. 그리고 다음 날 티무르는 세르게이를 데리고 동네 언덕으로 갔다.)
- 티무르: 저기 초원이 보이지?
- 세르게이: 여기 목가적이고 너무 좋다. 초원이 아름다워!
- 티무르: 저기 양 떼가 있는 곳 말이지, 저기가 원래는 도로가 있어야 하는 곳이야!
이것은 농담이지만 이 말을 들은 러시아 사람 중에 이것을 온전히 농담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소련이 망하고 지금까지 러시아와 주변국 부패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어떠한 뉴스에도 불구하고 침략자 러시아를 두둔하는 사람들이 SNS에 있다. 러시아가 삶의 기반인 분들의 경우에 이해할 수 있는 면이 있다. 그러나 일부 인사는 그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일부 책상 진보 친러 인사는 러시아 무기가 왜 그렇게 형편이 없고, 행정 동원력이 왜 그렇게 형편없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설마 그럴 리가 없다! 뭔가 비범한 전략이 있고, 뭔가 다 보여주지 않는 것이 있다’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위 농담을 선물한다. 비리는 인프라 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방위산업은 말할 것도 없다. 보이지 않을수록 비리는 더 심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러시아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세르게이 수로비킨이 강경파인 것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이 세르게이가 위 농담의 세르게이는 아니지만, 이 놈은 젊은 시절 무기 불법 판매를 하다가 적발된 놈이다. 그러니 이 놈은 걱정하지 말자. 자기 나라 무기를 팔아 개인 주머니를 채우는 군대가 이기는 전쟁은 없다.
부패에 쩌든 나라가 어떻게 경제적인 여유가 생겨 전쟁까지 할 수 있을까? 세상이 모두 비리 덩어리도 아니고, 푸틴이라는 지도자가 자신을 제외한 다른 세력의 비리 개입을 통제한 면도 있다. 그러나 더 큰 공헌은 파이프라인에 있다.
러시아 수출 대부분이 오일과 천연가스인데, 그것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파이프라인은 보낸 물량이 있고, 받은 물량이 있어서 속일 수가 없다. 오일과 천연가스 국제 가격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다. 파이프라인은 여러 경로로 러시아 경제를 살린 주역인 셈이다.
만일 파이프라인이 파괴되거나 닫히면 수출량만 줄어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경제 전반의 투명성이 줄어드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된다. 크림대교도 건축 폐기물을 쓰거나 바다 모래를 쓴 것은 아닐까?
나의 런던 라이프를 생각해 보면, 러시아를 걱정할 일만은 아니다. 예년이면 집 온도를 늘 23도에 맞춰 놓았는데, 올해는 19도가 돼도 보일러를 틀지 않는다. 조금 썰렁하기는 하지만, 건강에는 더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