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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Feb 18. 2023

니콜라 스터전, 떠날 때가 되었음을 느끼다

London Life

스코틀랜드 정치인, 떠날 때가 되었음을 느껴다

  

  

임기제 대통령이나 서울시장이 오만한 정책을 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당신이 대한민국인가? 서울시가 당신 것인가?’


스코틀랜드 행정수반 니콜라 스터전이 독립을 주장할 때마다 반대하는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스터전, 당신이 스코틀랜드인가?’ 그래서 스터전은 국민투표를 원하고 있다.


독립 국민투표는 이미 2014년에 있었고, 55대 45로 부결되었다. 유럽 통합 과정에서 독립을 물었다. 2016년에 브렉시트 투표가 있었고, 스코틀랜드의 62%가 EU 잔류를 원했다. 브렉시트 반대자를 끌어들인다면, 5%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스터전은 생각한다.


영국(UK)은 스코틀랜드 독립 분위기에 의연한 척하지만, 브렉시트의 가장 큰 걱정은 스코틀랜드 독립이다. 영국은 국민투표가 정치인의 정치적 주장에 따라 할 수 있는 것이냐고 묻는다. 정작 영국이 걱정한 것은 독립의 가결이다.


독립 국민투표 실시는 해당지역이 원한다고 실시되는 것은 아니며, 영국 정부가 승인해야 한다. 영국 정부의 비승인을 뒤집으려면, 대법원 판결을 받아야 한다. 대법원은 2022년 11월에 영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영국 정부가 2014년에 국민투표를 허용한 것은 부결이 확실했던 상황에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함이었다. 지금 허용하지 않는 것은 독립 가결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독립운동 중심에 니콜라 스터전이 있다. 니콜라 스터전은 통합론자에게는 공동의 적이지만, 스코틀랜드에서는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녀는 3000일 넘게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최장기 수반이다.


그녀가 사임하면서 스코틀랜드 독립운동은 동력을 잠시 상실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 의석을 놓고 경쟁하는 노동당은 반색하고 있고, 보수당도 안도하고 있다. 그녀는 높은 지지에도 불구하고, 왜 사임할 수밖에 없었을까?


어떤 정치인도 레거시 언론의 집중 공격을 버티기 어렵다. 레거시 언론이 BBC, 타임스, 텔레그래프, 가디언과 같은 세계가 주목하는 매체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언론이 물고 늘어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는 성(sex) 정체성 변경을 간소화한 정책에 대한 비판이다. 성 정체성을 전문가 개입 없이 본인 주장만으로 바꿀 수 있게 했다. 자신이 여성이라고 주장한 남성이 여성 교도소에 들어갈 수 있다. 여성이라고 주장한 남성이 여성 교도소에 가서 강간을 저지르는 일이 발생했다. 스터전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었다.


둘째는 스코틀랜드 독립운동 자금으로 모금된 자금 중 60만 파운드를 스터전이 불투명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이다.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스터전은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SNP(스코틀랜드 민족정당) 의장인 남편이 소속 정당과 10만 파운드 상당의 금전거래를 했는데, 그 과정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스터전이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스코틀랜드 독립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은 물고 늘어지면 좀처럼 놓지 않는다. 스터전은 자신이 스코틀랜드 독립의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고, 결국 사임했다.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 두 명의 젊은 여성이 있다. 케이트 포브스(Kate Forbes)는 32세 여성 의원이다. 그녀는 지금 출산 휴가 중이다. 다른 인물은 두 살이 더 어린 30세의 마이리 맥알란(Mairi McAllan)이다. 우리는 30대 초반 여성이 리더가 될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다. 여성의 출산 휴가가 경력 단절이 되지 않는 세상에도 살고 있다.


젊어서 리더가 되어 장기집권하면, 나라가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까? 그러나 확실히 여성이 남성보다 권력 소유욕은 덜한 것 같다. 스터전은 8년간의 집권 후에 ‘이제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떠날 때가 되었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걸 못 느끼는 리더가 러시아에도 있고, 벨라루스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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