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Life
체력과 셋업
GOAT는 Greatest Of All Times라는 뜻으로, 동시대뿐만 아니라 모든 시대를 통틀어 최고를 가리킨다. 모든 시대를 통튼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무하마드 알리와 마이크 타이슨을 비교하는 것이 어찌 쉬운가? 그래도 축구의 메시, 농구의 조던 같은 존재가 비교적 논쟁의 여지가 없는 GOAT라고 부를 수 있다. 거기에도 펠레가 있고, 르브론 제임스가 있지만…
테니스에도 GOAT 논쟁이 있다. 그 논쟁은 테니스 팬을 즐겁게 만들지만, 논쟁 밖에 있는 선수의 심기를 종종 건드린다. 지난해 20세의 차세대 주자 루네(Rune)에게 그 질문을 했더니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이제 새로운 세대가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를 이길 수 있고,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테니스를 할 것이란 취지였다.
실제로 그는 작년에 3세트 경기에서 조코비치를 이겼다. 마지막 자신의 서브게임에서 브레이크 포인트 위기가 두 번이나 있었지만, 여러 차례 듀스 끝에 서비스 게임을 지키고 조코비치를 이겼다. 마지막 서브에서 그는 숨을 몰아쉬었고, 다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심판의 경고를 감수하면서까지 시간을 끌었다.
루네는 자신이 그 경기를 이겼다고 생각했지만, 조코비치는 루네의 단점을 확실히 보았다. 시청자도 루네가 조코비치를 그랜드슬램 경기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란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조코비치는 1세트에서 평범한 선수고, 2세트에서 좋은 선수며, 3세트에서 훌륭한 선수고, 4세트에서 무결점 선수고, 5세에서 테니스의 신이다. 경기는 체력이고,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GOAT는 없다. 루네가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가 어떻게 그 위치에 올라갔는지를 제대로 분석한다면, 그런 대답은 하지 않을 것이고, 더 빨리 메이저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루네는 이번 프랑스 오픈에서 2라운드에서 부전승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체력에 문제를 보이며 8강 전에서 루드에게 완패했다. 샷이 더 좋고, 투지는 더 강렬했지만, 체력은 충분하지 않았다.
조코비치를 GOAT로 만든 첫번째 요소는 체력이다. 그 체력은 식이요법에서 오는데, 그 식이요법은 일종의 셋업이다.
세인트 앤드루스 링크스 아카데미의 레슨 프로 Scott은 ‘좋은 스윙을 가진 나쁜 선수는 있어도, 좋은 셋업을 가진 나쁜 선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셋업의 중요성에 동의가 되면서도 셋업이 나쁜 선수가 어디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러나 탑 선수 중에 셋업이 나쁜 선수가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어제 연장전 끝에 패배한 토미 플릿우드다. 아름다운 스윙을 가지고 있고 꽤나 인기 있는 그 선수가 지금까지 PGA 투어 1승이 없다. 어제 경기를 보니 셋업이 그야말로 형편없었다. 공을 서둘러서 치며, 그리고 대충 쳤다. 퍼터와 숏게임에서는 더욱 그랬다.
테니스 탑 선수 중에 셋업이 나쁜 선수가 있다. 즈베레프가 대표적이다. 그는 대충 준비해서 대충 친다. 자신의 샷에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땀도 대충 닦고 일관성이 없다.
셋업이 예술인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라파엘 나달이다. 그는 답답하리만치 일정한 루틴을 가져간다. 심지어 벤치에서 쉬면서 물병을 땅에 놓을 때도 셋업에 신경 쓴다. 즈베레프는 나달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
표시가 나지 않지만 셋업이 진짜 예술인 선수는 조코비치다. 조코비치의 행동을 보면 모든 것이 일정하다. 그러나 그 일정함은 잘 표시 나지 않는다. 서브를 넣는 동작에서 그는 손으로 공을 일곱 번 또는 여덟 번 튀긴다. 리듬이 맞지 않는다고 하면 세 번을 더 튀긴다. 공을 일곱 번에서 열한 번을 튀기면서 자신의 리듬을 찾고, 완벽한 리듬의 순간에 서브를 넣는다. 조코비치는 리턴의 최고수로 알려졌고 서브는 그럭저럭 상위권인 것 같아도, 그의 서브가 진정한 최고다.
스윙이 좋지만 형편없는 선수가 있다. 테니스의 즈베레프와 골프의 플릿우드가 그런 선수다. 셋업이 좋지만 형편없는 선수가 왜 없겠는가마는 GOAT는 모두 셋업이 좋다.
조코비치는 누적 상금 1위, 최장기간 세계 랭킹 1위 등 이미 대부분의 기록에서 GOAT가 되었지만, 어제 롤랑가로스를 우승하며 명실상부한 GOAT가 되었다. 그러니 이제 루네를 짜증나게하는 질문도 더 이상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승복하지 못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특히 영국에 많은 것 같다. 페더러를 좋아하고 나달을 좋아하고 머레이를 좋아하는 영국인들은 조코비치는 어떻게 해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제 품격이나 태도 같은 것을 GOAT의 주된 척도로 삼으려 한다. 그 와중에 The Guardian은 황당한 논리까지 가져다 댄다. 페더러 전성기를 조코비치가 비껴 나가서 우승을 많이 했기 때문에 GOAT가 아니란다. 조코비치가 나달이나 페더러보다 신체조건의 우월하기 때문에 GOAT가 아니란다. 가디언에서 가끔 보는 억지의 결정판이다.
내가 보기에 페더러, 나달과 조코비치는 모두 one of GOAT다. 그리고 객관적인 숫자에서 조코비치가 그중 최고다. 더 이상 무슨 부연 설명이 필요할까? 그리고 그를 GOAT로 만든 것은 체력과 셋업이다. 그 셋업은 이미 18년 전에 식이요법으로부터 시작된 오랜 셋업이다.
체력은 중요한 요소다. 마르세이유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체력이 중요하다. 360도 회전 덩크슛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체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셋업이 중요하다. 골프나 테니스뿐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셋업이다.
데이트도 셋업이 중요하고 섹스도 셋업이 중요하다. 아이 교육도 셋업이 중요하고 직장 일도 셋업이 중요하다. 모든 일이 그러하다. 셋업이 좋은 사람 중에 나쁜 퍼포먼스를 내는 사람을 알고 있다면 알려 주시라! 연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