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치
“아빠! 아빠가 총리였다는 말이 사실이에요?”
영국은 베팅의 나라다. 요즘은 스포츠 경기가 없어서 베팅 거리가 별로 없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아들을 낳자, 이름에 대한 베팅이 나왔다. Wilfred가 3/1이다. 1파운드를 걸면 3파운드를 준다. Alexander가 4/1, Tomas, James, Matthew가 5/1이며, Winston이 8/1이다.
윌프레드, 토마스, 제임스, 매튜가 영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름인가 보다. 알렉산더는 보리스 존슨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보리스 존슨의 정식 이름은 Alexander Boris de Pfeffel Johnson이다. 윈스턴은 보리스 존슨이 처칠을 존경하기에 가능성이 있다. 재미난 것은 Brexit라는 이름도 후보에 있는데 1000/1이다. 1불을 걸면 천불을 받을 수 있지만, 그럴 리가 있겠는가? 재미나게 논다.
영국에는 Wetting the baby’s head라는 관습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 이마에 성수를 바르는 기독교적 전통을 지칭하는 말이다. 영국 사람들이 요즘은 기독교 의식을 덜 따르기 때문에, 아이 이마에 성수를 적시는 관습이 뜸해졌다. 다만 Wetting the baby’s head라는 말은 널리 쓰이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빠가 친구들을 불러 축하 술 파티를 벌이는 것을 ‘아이 머리 적시기’라도 한다. 다우닝 10번지로 프랑스 샴페인 Dom Perignon이 배달되었다. Wetting the baby’s head를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돔 페리뇽 2008년 산이 아마존에서 150파운드 정도 한다.
최근 영국 총리를 역순으로 말해 보면, 보리스 존슨, 테레사 메이, 데이비드 카메룬, 고든 브라운, 토니 블레어다. 존슨이 55세에, 메이가 60세에, 카메룬이 44세에, 브라운이 56세에, 블레어가 44세에 총리가 되었다. 다섯 명 중에 3명(존슨, 카메룬, 블레어)이 다우닝 10번지 입성 후에 아이를 낳았다. 고든 브라운도 총리가 되었을 때 한 살짜리 아이가 있었다. 아이를 늦게까지 많이들 낳는다.
보리스 존슨은 총 6명의 아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두번째 결혼에서 4명의 아이를 낳았고, 한 명의 혼외 자식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이번이 여섯번째 아이다. 존슨은 올해 여름에 현 파트너인 Carrie Symonds와 결혼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결혼식이 언제 열릴지 모르게 되었다. 보리스 존슨이 결혼을 하게 되면 1822년 이후 처음으로 총리 신분으로 결혼하는 것이다. 총리로 결혼하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총리의 아이로 다우닝 거리를 뛰어다니면서 자라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미쉘 오버마가 힐러리 클린턴 지지 유세를 하면서, 백악관 입성 다음 날에 기관총으로 무장한 경호원과 학교에 가던 아이들의 모습을 묘사하며 울먹인 적이 있다. 미쉘 오버마의 정치인 자질이 힐러리 클린턴 못지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연설이었다. 큰 나라 미국과는 달리 작은 나라 영국 총리의 아이들은 그 정도의 경호를 받지는 않는다.
데이비드 카메룬의 막내딸 플로렌스는 2010년에 태어나서 2016년까지 6년을 다우닝 11번지에서 살았다. 영국은 만 5세에 학교에 입학하니까 초등학교 일 학년까지 다우닝에서 산 것이다. 다우닝을 떠난 지 3년이 조금 넘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을 것이다. 플로렌스는 지난해에 학교에 다녀와서는 아버지에게 신기하다는 듯이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Daddy, is it true, were you actually the prime mini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