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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양선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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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Dec 02. 2022

먹고 사는 방법

지난번에 작은 화분을 하나 샀다. 벌레잡이 식물인데 퍼포리아라고 이름이 쓰여 있었다. 밑 부분에 작은 통이 있어서 거기에 벌레가 빠지게 되어있는 구조다. 호수가 벌레잡이 식물에 관심이 있어서 사 왔다.


먼저번에는 파리지옥을 샀었다. 파리지옥은 잎을 손 깎지 끼듯 오므릴 수 있다. 어떻게 벌레를 잡겠다는 건지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세하가 포포리아를 보더니 그건 오빠 거고 자기 것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건 좀 곤란했다. 내가 보령에 출장을 갔다가 사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온양 장날 나가 보았는데 퍼포리아는 없었다. 그래서 대신 다른 것을 샀다. 이름이 벌레잡이 제비꽃이라고 했다. 그런데 통도 없고 깍지 손도 없었다.


"이건 어떻게 벌레를 잡지?"

호수가 궁금해했다. 실은 나도 그게 궁금했다. 남편한테 물어보았는데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잎 표면에 약간의 점성이 있는 것이 그 비밀이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었다.


어느 날 남편이 부르기에 가 보았다.

"벌레 어떻게 잡는지 알았어. 한번  봐. 잔뜩 잡혔네."

가서 보니 잎에 작은 벌레들이 여럿 붙어 있었다. 초파리 보다도 훨씬 작은데 집안에서 본 적도 없는 벌레였다. 마치 검은 먼지가 붙어 있는 듯하다.

"뭐지? 어디서 나왔을까?"

다른 데서는 못 봤는데 거기에만 저렇게 여러 마리가 있다니 혹시 그 화분에서 길러진 것은 아닌가?

"당신이 못 봐서 그렇지 원래 집에 있었던 거야."

남편이 그러는데 '뿌리 파리'라고 한다.

"그 제비꽃 분주해서 난실에도 좀 놓아야겠어."

난실에는 춘란 화분이 이백 개  있는데   뿌리 파리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벌레잡이 제비꽃 포기를 좀 나누려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되었다.


지금까지 벌레잡이 식물 사 본 중에 벌레잡이 제비꽃이 가장 확실했다. 아주 가는 꽃대에 작은 꽃을 피우는데 그 모습도 아주 예쁘다. 저렇게 연약하게 생겨서는 저 살 궁리를  저렇게 잘하다니 참 신통하다. 나가는 길에 그 여리여리한  생김새에 어울릴 예쁜 화분을 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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