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monfresh
Nov 18. 2023
점심때 아들네 가족이 놀러 왔다. 토요일이면 와서 점심 먹고 놀다가 저녁 먹고 아이들 씻기고 잠 잘 옷으로 갈아입혀서 차에 태워 집으로 돌아간다. 아이들은 집에 가는 사이에 잠이 드는 경우가 많다. 다른 계획이 없으면 일요일에 또 놀러 온다.
어제 온 눈이 아침에 볼 때까지는 제법 쌓여있어서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아이들이 오면 좋아할 것이다. 이번주에는 뒷밭의 무도 같이 뽑기로 했는데 눈이 오고 얼어서 괜찮은지 모르겠다.
낮이 되자 눈이 많이 녹았다. 그래도 아이들이 눈놀이를 할 정도는 되었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은 놀러 나가고 나는 집안을 치웠다. 마당에서 아들 며느리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아들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다. 잠시 뒤에 내다보니 호수는 눈사람을 만들고 세하는 엄마에게 눈을 던지고 아들과 며느리는 포옹을 한 채 공동 수비전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아들이 장가를 들어서 좋은 점이 여러 가지 있는데 우선은 제 짝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손자 손녀가 생기고 가까이 살며 자주 놀러 오는 것도 큰 기쁨이다. 오늘도 점심에는 김밥을 싸주고 저녁에는 뒷밭에서 뽑은 무를 조리고 어제 사다 놓았던 갈치를 구워 가시를 발라주었다.
아이들이 올 때 놀이방으로 쓰고 있는 2층 거실에 올라가서 도깨비 놀이도 한참 했다. 내가 도깨비가 되어 아이들을 공격하면 아이들이 힘을 합쳐 도깨비를 무찌르는 것이다. 공격수단은 풍선인데 놀이에서는 그것이 폭탄이 된다. 여러 개의 폭탄이 사용되는데 서로 상대방을 향해 던진다. 폭탄을 맞으면 회복을 해야만 다시 놀이에 참가할 수 있고, 회복을 위해서는 소파 위로 격리 되어 다섯을 셀 때까지 쉬어야 하고 그동안은 공격권이 제한된다. 때로는 특별한 풍선에 맞으면 아이들이 감옥에 갇힐 수도 있다. 감옥은 작은 텐트인데 대개는 오빠가 동생을 지키려다 폭탄을 맞게 되어 갇히게 된다. 세하가 몰래 와서 구해 주면 도망 나갈 수 있고, 도깨비가 한눈을 팔 때 호수가 스스로 탈출을 하기도 한다. 도망치다 도깨비에게 잡히면 다시 감옥에 갇히기 때문에 매우 긴급한 장면이 연출된다. 도깨비는 욕심은 많지만 어리숙해서 언제나 두 남매의 꾀에 빠지고 합동공격에 고전을 면치 못한다. 이것이 아이들이 이 놀이를 실컷 하고서도 매번 다음에 또 하자고 하는 이유다.
내일은 세하가 돈가스를 먹고 싶다고 해서 돈가스 레스토랑에 가기로 했다. 세하가 독립기념관에도 가고 싶어 해서 그 가까이에 있는 곳으로 정했다. 유치원에서 지난번에 갔었는데 제대로 못 보아서 더 보고 싶다 한다.
요즘은 해가 짧아서 저녁을 먹고 나면 밖이 깜깜해진다. 아이들을 보내고 나서 한가히 쉬었다. 얼마 있다가 아들과 며느리에게서 각각 사진과 동영상이 왔다. 밭에서 무를 뽑는 모습과 앞마당에서 눈놀이를 하는 장면들이다. 오늘도 집에 가는 길에 아이들은 차에서 잠이 들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잠나라에서 무슨 꿈을 꿀지 모르겠다. 나는 아이들이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에 갈 때 늘 함께하는 할머니요 길동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