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양선생활

손도 있어요.

by lemonfresh

남편은 식사 후에 입가심으로 과일을 먹는다.

나는 과일이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는다.

과수원집 아들이었던 남편과는 달리 내 식생활에는 과일이 필수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사 후에 과일을 깎아서 서비스를 하는 것은 거의 남편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게 마련인 것이다. 나는 남편이 깎아놓은 과일도 먹으라고 해야 한 쪽 먹거나 말거나 하는 편이다.


오늘 저녁엔 어쩐 일로 남편이 과일을 안 먹었다. 그런데 티비를 보다가 내가 사과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오늘은 사과 안 먹어요?''

''왜? 먹고 싶어?''

''네.''

''그럼 당신이 깎어.''

''내가?''

과일은 자기 담당인데 갑자기 아닌 척을 하지? 그리고 생각해보니 이도 닦았고 배도 부르고 해서 생각을 바꿨다. 그런데 남편이 일어서며 말했다.

''깎아줘? 입만 갖고 살려고?''

그래서 내가 대답을 했다.

''아니! 나 손도 있는데?''

과일 깎을 손은 없어도 포크를 잡을 손은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한쪽 먹고 나니 그만 먹고 싶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그냥 가만히 있을 걸 괜히 사과타령을 해서 안 들어도 될 소리만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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