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있는 물건들 이름을
굳이 다 알아야 하나.
이름 붙여진 것들은 너무나도 많은데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나.
사람 이름보다도 더 귀하게 대접받아
반들반들 윤이 나는 세상의 온갖 물건들.
온갖 이름들.
나는 무지하여 이름들 옆으로 비껴 선다.
이름들은 지나가시오
귀하신 이름, 어려운 이름들은 지나가시오
나는 나풀나풀 이름도 없이
쭈그리고 앉은 것들이 좋아라
돌멩이처럼 이름도 없이
부드러운 것들이 좋아라
그래서 제일 정다운 인사를
이름없고 낡은 것들에게 보낸다
그 초라한 옷깃에
쭈그러든 옆구리에
고개를 숙여야 보이는 것들에게
따듯한 돌멩이처럼 오래오래 데워져
그 옆에 가만히 앉아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