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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May 13. 2022

알 수 없어요

소호의 시

알 수 없어요


얌전히 걸어다니면 이상하다

여자중학교 쉬는 시간

게다가 다음은 음악시간

웃음소리, 실내화 들썩이는 소리에 마침내

뭔가 떨어졌다, 와장창


순식간에 아이들 조용해졌다

때마침 들어온 음악선생님, 웬일로 얌전히들 앉아있냐며

녹음테이프 재생버튼 누른다, 그것은

민들레씨앗처럼 날아다니는 열 네살

사뿐히 내려앉게 할 한용운의 시


낭송 테이프 도르르 돌아갈 때

음악선생님 마침내 깨진 파편 보았다

자폭으로 아이들을 조용히 시킨, 그것은 꽃병

새빨간 불덩이가 선생님 얼굴에 올라앉았

내가 얼마나 아끼는 건데! 이게 얼마짜린지 알기나 해?”

2초 뒤 숨죽인 고요를 뚫고 한용운이 침착하게 대답하였다

“알- 수- 없어요”


담장을 뛰어넘는 웃음소리가 교실에 울렸다

아이들과 한용운이 공모해 여학교 음악교실을 

 깨뜨려버린, 폭죽같은 열네 살의 봄날

웃음소리는 얼마짜리였을까

알 수가 없다

영영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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