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와 한 남자가 있었다.
수줍은 여자에게 남자는 폭풍 같았다.
한여름의 장대비 같기도 했고
때론 바다속에서 부드럽게 흔들리는
수초 같기도 했다. 그 둘은 바다속 어린
두마리 물고기처럼 사이좋게 놀았다.
그런데 어느날 풍랑이
어린 물고기 한 마리를 데려가버렸다.
풍랑 핑계를 대지 마, 그래도 사랑한다면
내 옆에 있었어야지, 하나가 그러니까
다른 하나가 대답했다.
내 눈을 쳐다보지 않았잖아, 풍랑 이전에
이미 네 맘이 날 떠나버렸잖아.
여자와 남자가 사랑하고 헤어지는 이야기는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지만 또 그만큼이나
아리게 반짝인다.
여자와 남자가 서로에게 바라는 것들.
여자는 물풀 사이를 들락거리며 소곤소곤
얼굴을 부비고 속삭이길 원하는데
남자는 내가 널 사랑하는데 넌 더 뭘
원하는 거니, 그렇게 말한다.
난 말야, 하고 여자가 말했다.
정말 하고싶은 말이 많았거든.
새벽에 지저귀는 새소리, 하늘을 물들이는 저녁놀,
구름 구름... 정처없이 떠도는 저 아름다운 구름들.
음악과 노랫소리와 여행들, 낮고 부드러운 음색.
삶에서 내가 좋아하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해
너하고 얘기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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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쉴새없이 변덕을 부리는 그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변덕보다도 그녀는
너무 여렸다. 너 어떻게 세상을 살려고 그러니,
남자는 생각했다. 어느날 그녀가 열번째쯤
어쩌면 더 많이 했던 말을 다시 꺼냈을 때
남자는 마침내 말했다. 그래, 가라.
여자 역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랑을 할수록 외로워졌던 것이다.
사랑을 하면 그 사랑이 마음속을 환하게 채워
어떤 어둠 속에서도 빛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욱 외롭고 고독해졌다.
이게 무슨 사랑이야, 뭐 이래...
그녀는 마음을 다시 꽁꽁 싸매기로 결심했다.
구름과 저녁놀과 햇빛 달빛조각들, 아름다운 풀냄새 같은 것을 다시 마음속에 집어넣었다.
어쨌든 여자와 남자는 각자 혼자서도
잘 살아갈 것이다.
별이 혼자서도 아름답게 반짝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