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간들이 폭풍 속에 있다면 (현실적인 것이든 감정적인 것이든) 어떻게 하겠는가.
눈을 크게 뜨고 어떻게든 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이때의 하늘과 별빛이란 낭만적으로 아름다운 빛을 뿌리는 시적 대상이 아니다.
폭풍을 잠재워줄 수 있는지, 내 좌표를 움직여줄 수 있는지의 가늠자일 뿐이다.
내 눈에 들어오는 대상은 전적으로 '나'란 존재가 투사되어 존재한다. 누구도 무엇도 오직 그것만의 형태와 의미로 존재할 수 없다.
삶이 바닥을 치고 (아는가? 이럴 때 거품들은 사그라든다. 무엇이 '거품'일지 아는 분들은 아시리라) 다시 솟구쳐오르려 하면서
나는 머리속이 새하얘지는 느낌이다.
나는 세상에 대해, 또는 사람에 대해
더이상은 어떤 헛된 기대도 품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나는 자유롭다.
아파트 숲에서 솟구치는 새들을 보면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묘한 기분이다.
그 새들이 내 깃털을 물고 날아간다.
아파트가 새들을 가두어놓을 수 없는 것처럼
내 영혼도 솟구쳐 날아오를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지 못하면 새는 죽을 테니.
폭풍의 눈 속이 가장 고요하듯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이 생각의 눈 속에
갇혀있는 것 같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