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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Aug 10. 2022

내가 눈 뜨는 하루

일기_ 2022.0810

매일 아침을 마치 첫날인 것처럼

또는 마지막날인 것처럼 눈 뜰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면서

정말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래는 그때 적은 글이다.

------------------

어느 아침에


죽음에서 막 깨어난 것처럼

모든 삶이 죽음이었던 것처럼

나 눈을 뜨네


아무것도 모르는 캄캄한 흑연에서

빛 한 줄기 갑자기 태어난 것처럼

소리도 없고 무게도 없는 진공 속에서

불쑥 소리 하나 생겨난 것처럼


알 수 없는 삶

나는 축복과 경탄과 비의를 엿보네

시샘 많은 아름다움이여

 몸에 그 모든 것 곁들여져 있으니

절로 눈물 흐르네


바닷가 돌맹이와도 같지만

천연으로 눈부신 생들이

아침마다 눈을 뜨나니


더듬더듬 만지며

나는 우네

---------------------

처음 가보는 길을 걷는 기분으로

어떤 것도 알 수 없고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인생이란 정말 모를 일이다.

내게 그런 힘든 일들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이곳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내게 왜 그런 힘든 일들이 왔는지 알지 못하듯이

지금은 왜 이리 호의적인 상황 속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새옹지마 이야기 속에 살고 있는 듯.

극과 극 체험처럼 하루 아침에 바뀐 날들을 보내며

사람의 일이란 것이, 사람의 바닥과 천장이란 것이

커다란 눈으로 보면 얼마나 우스울까 싶다.


무엇에도 연연할 것이 없으리니

좋은 향기나는 글 몇 점이면 가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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