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말해주는 순간들

몸이 먼저인가 마음이 먼저인가

by 유을

딱히 신경 쓴 것도 없는데 왠지 모르게 속이 더부룩하고,

아무 일도 없었는데 괜히 마음 한편이 답답했던 순간들이 있다.


밤에는 이런저런 불안한 마음들로 잠 못 이루고, 가끔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져 몇 시간이고 눈물을 멈출 수 없기도 했는데 그저 흔해 빠진 밤들 중 하루일 뿐이었다.


나는 그 모든 것들이 단순히 예민한 나의 성격 탓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몸이 보내오는 마음의 신호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처음으로 온전히 나의 감정과 마주할 수 있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요가 선생님이었던 친구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요가원’이라는 곳에 갔을 때였다.

고요하고 차분한 공간 자체가 나에게는 왠지 모를 낯섦과 어색함으로 느껴졌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지만 그럴수록 피부의 촘촘한 솜털들이 더욱 제멋대로 삐죽거리는 느낌이었다.


요가 수업이 시작되고 그야말로 더욱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오른손을 하늘 위로 올리세요’


이 한마디에 내 오른손이 어디인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마치 이 손이 내 손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고나 할까) 선생님의 지도와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내 자세가 맞는 건지 다른 사람들을 힐끔 쳐다보며 확인하기 바빴다.


그렇게 내가 한 것이 요가인지 내 신체가 어디 있는지 맞춰보세요 게임인지 알 수 없는 여러 동작을 마치고

마지막 동작인 사바아사나에 들어갔을 때였다.


드디어 수업이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온전히 몸과 마음이 이완되는 순간을 느꼈는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번 터진 울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사바아사나가 끝나기 전에 울음을 멈춰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참아보려고 해도 마음과 같이 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왜 이러는지 나 스스로가 알 수 없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이 상황이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결국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으로 일어나 매트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다르게,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게 그들이 나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매트 위에서 울 수도 있다는 게 너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반응이었다고나 할까.


안전하게 충분히 이완할 수 있고 온전히 나 스스로의 감정과 마주할 수 있었던 그 순간.

몸과 마음의 연결됨을 강렬하게 느꼈던 나의 첫 경험이었다.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아니지만, 그 경험을 요가를 통해 처음 느꼈고 그래서 너무 다행이다라는 생각은 아직도 가끔 하고는 한다.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을 함께 들여다보는 법을 배웠고, 어떤 운동이든지 안전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질 않는다. 아주 중요한 일이었을 수도 있고, 너무나 사소해서 기억조차 남기지 않았던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지치고 힘든 나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봐주는 그 행위 차제에서 무언가 해방됨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응어리진 마음이 모여서 나의 몸 어딘가에 새겨지고, 그렇게 움츠려든 나의 몸을 바라봐 주지 않으면 그 이름 모를 불편한 그 감정들에 끌려다니게 되는 것이다.


몸을 바라보는 행위는 마음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몸은 나의 감정들을 나보다 더 오래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나보다 먼저, 정확하게 말해준다.


나의 몸의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마음 또한 그렇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때로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내 마음이 어떠한지 뒤따라 알아차리게 될 때도 있다.

지속된 긴장으로 뒷목이 뻣뻣해져있지는 않은지. 나도 모르는 불안과 걱정으로 몸이 움츠려 들었지는 않은지.


마음속이 너무나 복잡해서 어디서부터 풀어내야 할지 모르겠다면, 몸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아주 깊숙이 숨겨져 있던 응어리진 실마리에 다가가게 해 줄지도 모른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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