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녜은 Mar 14. 2019

서울역 옆 동네, 만리재로

충정로 하루살이 점심산책 4

네 번째 산책

#손기정둘레길 #서울로7017 #만리재로


남들보다 조금 긴- 점심시간 200% 활용기

다소 불친절한 나만의 기록

충정로 - 만리동  도보 왕복 40분



#1

손기정 둘레길


만리동으로 가기 위해서는 중림동 길로 걸어 내려가야한다. 중림동길 시작점에는 '손기정 둘레길' 이라는 표시판이 세워져있다. 보자마자, 내가 오늘 돌아다닐 코스와 비슷한 걸 바로 알아차렸다. 내가 개척한 루트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였구나 싶었다.

중림동길 시작점에 세워져 있는 손기정 둘레길 표지판.

하지만 나의 코스는 손기정 둘레길과 좀 다르지!

손기정 둘레길 걷기축제는 10월

손기정 체육공원 족구장에서 시작하는 둘레기 걷기축제는 중림파출소~래미안아파트 옆길 ~충정녹지대길 지나 돌아오는 코스이다. 중간중간 주민들이 마련한 음식코너와 공연 등이 준비되어있다고 한다.

#2

남산타워가 보이는 중림동길


이번 봄에는 꽃샘추위가 없으려나 하던 찰나에 찾아온 꽃샘추위와 함께한 만리동 투어. 차가운 강풍에 미세먼지는 날아가버렸고 오랜만에 파란하늘을 선보였다. 거기까지는 좋았으나... 엄청난 강풍으로 길바닥에서 눈물 한바가지 쏟아내고 말았다. (feat.하드렌즈 착용자만 아는 고통)

실로암사우나 건물이 보일때까지 내려가야한다
약현떡방이 있는 사거리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야한다
부천피혁이 보이면 거의 도착한 것이다. 저 멀리 더하우스 1932가 보인다.

#3

사람길, 서울로 7017


<더하우스 1932> 건물을 지나쳐 내려오면 서울로 7017이 나타난다. 서울로 7017은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사람길'로 변신시킨 도시재생프로젝트이다. 서울로7017의 '7017'은 1970년대 완공된 산업화시대의 상징적 구조물이 2017년 17개의 사람길로 재탄생되었다는 의미가 함축되어있다.

서울로 7017 브랜딩 작업을 맡았던 오준식VJO대표. 오준식대표가 만든 서울로 로고는 그의 참신함이 그대로 담겨져있다.

17개의 보행길은 다음과 같이 만들어져있다. 나는 중림동방향의 D라인만리동방향의 E라인을 구경하고 왔다. 만리동 방향의 서울로 7017을 따라 SNS에 돌아다닐만한 가게들이 즐비해있다.

서울로 7017의 17개 보행로 지도 / 서울로 7017 홈페이지

#4

서울로 7017로 유명해진 만리재로


서울로 7017 만리동 방향의 램프 쪽으로 '만리재로'가 위치해있다. 만리재로서울역 서부(서울로 7017 고가공원)에서부터 공덕동 오거리로 이어지는 2km의 고갯길이다. 만리재로 초입은 서울로 7017 보행길과 연결되어있다. 이 길을 따라 인스타 감성이 묻어나있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형성되어있다.


더 하우스 1932

이 건물은 적산가옥이다. 적산가옥해방 이후 국내에 살던 일본인들이 버리고 간 집을 의미한다. 1932년 일본인에 의해 세워져 조선인쇄주식회사의 일본인 사장의 사택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1900년대 분위기 속에서 커피 한 잔, 추천한다.

1932년에 지어진 적산가옥이 로스터리 카페로 사용되고 있다.
한강쌀롱

사실 오늘 만리동 투어는 '한강쌀롱'에서 점심식사부터 시작되었다. 같이 일하던 동갑내기 친구 한 명이 퇴사를 하였다. 퇴사기념으로 식사자리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이곳의 맛은 술안주로 먹기 좋은 맛. 맛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음에 또 생각날만한 맛은 아니였다.  

한강쌀롱 야외 테라스에 들어오는 햇빛이 너무 따뜻했다.
베리스트릿키친

한강쌀롱 옆골목으로 주르륵 내려오면 보이는 베리스트릿키친. 이곳은 1910년경 지어져 일제 강점기를 거쳐 병원, 우체국, 인쇄소로 사용되었던 100년 역사를 지닌 석조건물이다. 건물 자체로 이미 합격. 평일영업은 오후 5시부터이다. 반짝이는 불빛 속에서 먹는 퓨전음식의 맛, 궁금하다.

다음 저녁식사를 기약하며 이곳을 소중히 남겨두기로 하였다.
에이비로드 캠프

'에이비로드'는 '서로 다른 느낌의 A와 B가 만나 하나의 길을 만들어 가다'라는 뜻의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라고 한다. 난 사실 에이비로드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어! 잡지 에이비로드다" 라고 크게 외쳤다.

3층 루프탑에 있는 저 푸릇푸릇한 무언가, 올라보고 싶게 만드는군.

알고보니 이곳은 패션 복합예술공간. 1층은 카페, 쇼룸, 전시의 공간이고 2층은 사무실이었다. 3층은 도심 속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루프탑이라고 한다.


#5

만리재길=만리현(萬里峴)


만리재길은 서울특별시 중구 만리동에서 마포구 공덕동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여기서 '만리'는 조선시대 세종 때 학자 최만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최만리는 훈민정음을 반대하여 세종의 노여움을 사기도 했던 인물이지만 조선시대의 청백리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저 언덕길을 넘어가면 공덕동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서울역, 중림동. 오른쪽으로 가면 애오개, 공덕동.

#6

손기정기념관


손기정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이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2012년에 손기정기념관을 만리동에 개관하였다. 기념관은 1918년 만리동에 건립된 손기정 선수의 모교 양정의숙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기념관 뿐만 아니라 체육시설이 함께 있어,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진다.


손기정 체육공원에는 손기정기념관과 운동장, 운동시설 등이 함께 존재한다.
운동장을 지나 더 올라가다보면 손기정기념관이 나타난다.
손기정의 모교 양정의숙을 리모델링한 손기정 기념관.
오래된 덩쿨들과 붉은 벽돌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7

아파트 재건축단지와 연립주택


손기정체육공원 근처에는 번듯하게 잘 지어진 아파트들이 우뚝 서있다. 또한, 중림동 주민센터도 어찌나 잘 지어놓았는지 위화감이 들 정도이다. 조금만 더 위로 올라가면 언덕이 하나 나온다. 그 언덕을 넘어가면 연립주택이 쫘악 펼쳐진다. 옛 것과 새로운 것이 함께 공존하는 동네이다.

손기정기념관뒤로 새로 지은 모 아파트가 번듯하게 서 있다.
손기정체육공원을 빠져나와 언덕길을 오르다보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만리동고개를 다니는 마을버스 마포 03번이 지나간다. 생각보다 가파른 언덕으로 어르신들의 다리가 되어주는 버스
이 언덕을 기점으로 연립주택이 시작된다. 아직 이런 동네가 남아있다니. 해질녁 이곳은 더욱 신비로웠다.

#8

언덕 꼭대기 케익집, 쌔임쌔임(samesame)


지난해 더운날, 나에게는 이곳을 오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을 올라갔던 기억이 있다. 이런곳에 케익집이 있었어? 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위치이다.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 노릇이 톡톡하게 해내는 중이다.

어둑어둑해져 가게의 불빛이 더 영롱하게 느껴진다.
아직까지 이곳에서 버텨주고 있다니, 조만간 케익 먹으러 올게요!

#9

작은서점, 만유인력


쌔임쌔임 케익집 옆으로 더 내려가면, 무인책방 만유인력이 있다. 작은 서점에 들어가기 민망하다는 분들에게 강추. 조용히 책을 읽고 넓은 책상에서 쉬다 가도 된다. 빵지순례처럼 유행중인 독립서점순례. 이 곳도 놓치지 말 것. 책방 들렸다 케익 한 조각에 커피 한 잔. 완벽하다.

이곳을 지키는 사람은 없다. 자유롭게 이 공간을 즐겨보자.

#10

언덕 넘어 다른 세상


언덕 넘어에는 정겨운 사람 냄새가 가득한 동네가 펼쳐진다.

언덕을 따라 내려가본다. 저 멀리 이대 기숙사가 보인다.
내가 저 언덕을 따라 내려왔구나.
000침대가 보인다. 이 길 끝에는 아현동 가구거리가 펼쳐진다.

#11

아현동 가구거리


아현동 가구거리가 나타났다. 중림동길 따라 내려가 손기정길 언덕을 넘어 아현동으로 넘어왔다.
육교를 건.너.보.자.
육교위에서는 충정로일대가 한눈에 훤히 다 보인다. 종근당건물을 기점으로 왼쪽이 충정로 서대문방향, 오른쪽이 서울역 중림동 방향이다.
내가 건너온 육교다. 이 일대의 명물, 가구거리가 넓은 대로를 중심으로 양쪽에 펼쳐진다.



p.s. 점심시간에 이 코스 한바퀴를 완주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사실 점심 웨이팅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퇴근 후 급히 다시 서울로 7017부터 다시 시작하였다. 해가 길어진 덕분에, 개와 늑대의 시간을 즐기며 걸었다.

다시 시작해보자. 손기정 체육공원 방향이 표시되어있다.
저녁이 되니 낮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작은 전구들이 비추는 길거리의 모습이 마치 일본 같았다.
서울로 7017에서 바라본 베리스트릿키친. 저녁이 되니 더 아름답게 빛나던 석조건물.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 근현대 아파트의 실험장 , 충정로-서소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