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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녜은 Feb 13. 2019

한국 근현대 아파트의 실험장 , 충정로-서소문

충정로 하루살이의 점심산책 3

세 번째 산책

#충정아파트 #미동아파트 #서소문아파트


남들보다 조금 긴- 점심시간 200% 활용기

다소 불친절한 나만의 기록

충정로 - 서소문    도보 왕복 25분



#1

회사 근처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오래된 아파트들이 많다. 7-80년대에 지어진 주상복합형 아파트가 곳곳에 포진해있다. 주상복합형아파트는 1층 상가, 2층부터 주거공간을 의미한다.

충정로일대의 7-80년대 주상복합형 아파트 지도 / 도서출판 반비

#2

'최초'의 타이틀을 거머쥔 충정아파트


충정로지역은 일제강점기부터 사대문 안 중심부와 전차로 연결되어 신개발 주거지로 각광받았던 곳이라고 한다. 1932년 또는 1937년 일본인 건축가가 지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일제강점기부터 오랜 세월 버텨온 곳이다.

충정아파트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3가 250-3)
건물구성 지하1층, 지상 5층, 총 41세대
건축시기 1932년 또는 1937년
건축유형 거리형 아파트
회사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충정아파트
여성휴게실(3층)에서 하염없이 충정아파트를 바라보면 시간이 참 잘도 간다.

#3

한국 근현대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는 충정아파트


'도요타','풍전'아파트(일제강점기) ▶ 인민군재판소(한국전쟁 서울함락 후) ▶ 트레머호텔 Traymore Hotel ;유엔군의 임시숙소(한국전쟁) ▶ 코리아 관광호텔 (한국전쟁 후) ▶ 유림아파트(1970년대 중반, 아파트로 용도변경) ▶ 충정아파트


충정아파트는 간판이 세 개이다. <가장 도시적인 삶>을 읽으며 새롭게 알아차렸던 사실 중 하나다. 그렇게 이 앞을 지나다녔는데도 말이다.
도로확장공사로 건물의 전면이 잘라나갔다. 건물의 측면을 보면 잘리나가기 전의 모습을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다.

#4

미근동 땡땡거리


기찻길 건널목에서 차단기가 내려오며 나는 소리, '땡땡땡'. 예전부터 기찻길 옆 골목의 거리를 일명 '땡땡거리'라고 일컫었다. 음식점과 카페가 경의선 철도길을 따라 즐비해있다.

서울역으로 이어지는 철길. 빌딩 숲 사이로 홀연히 지나가는 기차가 가끔 신기하다.
철길 옆으로 형성된 이 골목길이 '미근동 땡땡거리'이다.
점심시간 직장인들의 끼니를 책임지는 음식점이 즐비해있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카페들도 있다.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 부장님과 그의 형제들이 소주 한 잔 기울이던 그 고깃집. 용산 떙땡거리에 있는 것처럼 표현했지만.

#5

하천 위에 세워진 서소문아파트


서소문 아파트는 하천을 덮고 그 위에 세운 아파트라고 한다. 하천의 이름은 '만초천'이다. 매우 생소한 이름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서 그 괴물이 살았던 곳이 만초천이란다. 무섭게 변화하던 서울의 70년대의 초고속 도시화에서 집을 지을 땅이 마땅하지 않자 급기야 하천 위에 지었던 것이다.

서소문아파트 (서울시 서대문구 미근동 215)
건물구성 지상 8층, 총 129세대
건축시기 1971년
건축유형 선형 아파트
철길옆이야기 코너를 돌면...
휘어진 서소문아파트가 딱 하고 나타난다.
아파트 옆엔 경찰청이 무섭게? 버티고 있다.
7동과 8동 사이에 길이 하나 뚫려있다. 건물의 뒷편으로 연결되는 골목이다. 지형의 흐름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현명한 건축이다.

#6

재개발 불가능하여 보존된 선형 아파트


하천 위에 지어진 건물들은 재건축 대상에 제외된다고 한다. 재건축 논의 자체가 되지 않아 '보존'의 가능성이 커지는 역설이 생겨버렸다. '서울 속 미래유산' 중 한 곳으로 지정될 뻔 하였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최종 명단에서 빠졌다고 한다.

가까이 살펴보면 건물이 휘어져있는게 더욱 신기하다.
건물은 두 차례 휘어져서 세 직선의 조합으로 이루어져있다. 이 구도는 이화여고를 다니며 정류장에서 자주 보았던 풍경이다. 그때는 저 곳에 정말 사람이 살고 있나 했었다.

#7

도로와 가까운 거리형 아파트, 미동아파트


미동 아파트는 요즘 많이 지어지는 단지형, 고립형 아파트가 아니라 도로와의 접근성이 매우 높은 '거리형'아파트로 지어졌다. 다른 아파트에 비해 상가와의 접근성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곳엔 엘리베이터도 있단다. 아파트의 앞길에는 높은 건물들이 즐비하여 앞길이 넓지 않다. 그래서인지 129세대의 서소문아파트보다 더 커보인다.

미동아파트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3가 189-8)
건물구성 지하 1층 지상 8층, 총 97세대 규모
건축시기 1969년
건축유형 거리형 아파트
시대의 대부분의 아파트는 연노란색으로 칠해졌다. 미동아파트도 그랬었지만 지금은 충정아파트보다 옅은 녹색이다. 반경 400미터안에 존재하는 두 아파트가 쌍둥이처럼 느껴진다.
에어컨 실외기는 옆에 있었구나.
정신없이 늘어져있는 전기줄 사이로 가지런히 정렬된 창문들이 보인다. 질서도 참 정연하다.
회사에서 보이는 미동아파트 후면. 건물의 중간이 계단으로 나누어져 외기(바깥의 공기)와 닿지 않는 공간이 한 줄 더 있다. 두 개의 복도가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8

뜨끈한 잔치국수 한 그릇, 미동면옥


미동아파트 1층에 위치한 미동면옥. 이곳의 잔치국수 한그릇 가격은 5천원. 이토록 착한 가격은 요즘에 만나기 쉽지 않다. 잔치국수(5천원), 비빔국수(5천5백원), 만둣국(6천원) / 여름한정메뉴 콩국수

5천원으로 배터지게 한 그릇. 조용히 혼자서 한 그릇 집중해서 먹을 수 있는 공간.

글. 사진 전녜은


참고문헌   <가장 도시적인 삶> 황두진 지음, 반비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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