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문제를 탐구하게 만드는 지루함의 효용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You Need to Be Bored. Here's Why.」 영상을 YouTube 알고리즘덕에 보게 되었다. 최근 [The Happiness Files] 라는 책을 출간한 Arthur Brooks 라는 교수가 나오는 6분 남짓한 동영상이었는데, 지루함의 유용함을 설명하려는 접근법이 내겐 제법 흥미로웠다. 영상 내용에 따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공백 시간에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Default Mode Network, "DMN")가 가동되고, 그 때 마음은 자연스럽게 삶의 의미와 목적 같은 큰 질문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이런 순간에 우리는 스스로의 기억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상상하며, 창의적인 연결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브룩스 교수는 이 과정이 창조성과 의미 탐색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이런 귀중한 시간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였다.
그러면 우리는 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가진 지루함을 싫어하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쉬지않고 노력하는 걸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5분, 잠들기 전의 10분 — 이런 미세한 공백마다 거의 반사적으로 무언가를 하면서 생각의 흐름을 차단한다. 그런데 혹시 이것이 해결하기 어려운 삶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 회피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방어기제는 아닐까? "어떻게 살 것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의미 있는가", "내 관계들은 건강한가" 같은 불편한 질문들이 떠오르기 전에, 우리는 서둘러 다른 자극으로 도망치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이런 회피 성향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다. 하버드의 댄 길버트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15분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생각만 하며 앉아 있으라고 했다. 방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단 하나 예외가 있었다. 누르면 고통스러운 전기 충격을 주는 버튼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남성 참가자들 중 상당수가 15분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전기 충격을 가했다. 이들은 모두 실험이 시작되기 전에 그 충격을 경험해보고 "돈을 줘도 다시 받고 싶지 않다"고 답했던 사람들이었다. 지루함이 전기충격보다 피하고 싶은 일일까? 하지만 전기 충격보다 더 쉬운 지루함을 피하는 방법이 21세기 우리에게는 있다. 물론 그것은 스마트폰이다.
브룩스 교수는 "의미의 둠 루프"라는 표현을 썼다. 지루함을 피할수록 삶의 중요한 의미들을 찾기 어려워지고, 그 결과 불안과 우울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 사회에서 우울과 불안이 폭증하고 있고, 그 이유 중 하나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의미를 모르기 때문이라한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거의 완전히 차단해버렸고, 그 결과 자신과 진정으로 마주할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문제는 이런 회피가 습관이 되면서 점점 더 깊어진다는 점이다. 조금씩 불편한 생각을 피하다 보면, 생각 자체를 견디는 체력이 약해진다. 간단한 결정도 미루고, 중요한 계획은 막연하게 남겨두고, 관계에서 어려운 대화는 회피하게 된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지루함을 느낄 때 스마트폰 사용 욕구가 강해진다고 한다. 지루함은 불편하고, 그 불편을 즉각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도구가 항상 손안에 있다. 하지만 그 편리함의 대가로 우리는 의미 탐색의 기회를 매일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브룩스 교수는 우리 모두 짐작할 수 있는,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구체적 방안들을 제시했다. 저녁 7시 이후 어떤 디바이스도 사용 금지, 침실에 휴대폰 두지 않기, 식사 시간에는 온전히 대화에 집중하기, 정기적인 소셜미디어 단식 등의 리츄얼(ritual)을 통해 의도적으로 공백을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운동할 때도 이어폰 없이, 출퇴근 시에도 라디오나 유튜브 없이 보내며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작동할 여지를 주라고 권했다. 처음에는 도파민에 익숙해진 뇌가 자극을 요구하며 불편할 수 있지만, 며칠 지나면 그 소음이 잦아들고 평온함이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런 무자극 상태에서야 비로소 가장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생각들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15분간의 지루함을 견딜 수 있게 되면, 역설적으로 일상의 평범한 일들이 덜 지루해지고, 업무와 인간관계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지며, 더 나아가 삶의 핵심 질문들을 마주할 용기도 생길 것이다.
결국 지루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차라리 전기 충격을 선택할 만큼 우리가 회피하려는 그 지루함이라는 불편함 속에서,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질문들이 답을 찾아달라고 기다리고 있다. 당장 해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어려운 질문들을 견딜 수 있는 정신적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지루함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서 도망치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용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15분의 공백을 견디는 작은 연습들이 쌓이면, 우리는 좀 더 의미 있는 선택들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선택들이 모여서 결국 우리가 바라는 삶의 모습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우리 스스로를 설득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