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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Nov 09. 2018

그 남자들의 미소란

하이틴 #2.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 하이틴 #2.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퀸카로 살아남는 법>이 여자 아이들의 암투를 그려냈다면,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에서 ‘사랑’을 두고 복잡한 거래를 하는 것은 남자 아이들이다. 

  학교의 퀸카이지만 보수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자유로운 ‘연애’활동이 힘든 ‘비앙카’(라리사 올레이닛). 자꾸만 자신에게 자유를 달라고 조르는 비앙카에게 아빠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는 데, 그것은 바로 ‘언니가 한다면 너도 가능하다’ 였다. 

  비앙카의 언니 ‘캣’(줄리아 스타일스)은 한 때는 교내의 풍문에도 오르내릴 정도의 평판을 유지했다가 지금은 ‘마이 웨이’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남자도 파티도 모두 등을 진 그녀는 선생님에게 “왜 여성 문학가의 작품은 다루지 않죠?”라고 따질 정도로 또래 아이들보다 깨어있고 주체의식이 확고하다. 캣은 하루라도 빨리 이 철딱서니 없는 어린애들 사이에서 떠나 자신의 삶을 살고 싶다.      

  비앙카를 좋아하는 두 남자. ‘조이’(앤드류 키건)와 ‘카메론’(조셉 고든 레빗)은 어떻게 해서든 ‘캣’의 진도를 빼고 싶어 한다. 그래야 비앙카도 그 뒤를 따를 수 있을 테니. 그래서 그들은  ‘패트릭’(히스 레저)을 찾아간다. 그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험한 소문들의 주인공이다. 거칠고 비밀에 쌓인 그라면 돈을 받고 캣의 마음도 훔쳐 주지 않을까. 그들은 패트릭에게 희망을 건다. 어떻게 보면 <퀸카로 살아남는 법> 못지않게 참 무리하고 무례한 설정, 하지만 그 남자들이 미소 짓는 순간, 보는 이들은 이성의 무장을 벗고 녹아내린다.    

 


  영화의 초반은 앳된 조셉 고든 레빗이 이목을 끈다. <500일의 썸머>로 처음 만난 그였는데,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활동해왔던 사람이라니. 어린 그의 얼굴이 다시 새롭다. 그는 비앙카에게 빠진 순수남 카메론을 연기하는데, 사랑에 빠져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달뜬 소년의 마음이 얼굴에 가득하다. 그가 비앙카를 바라보며 실눈을 감으며 온 얼굴로 웃는 모습을 보면 엄마미소가 절로 나온다.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패트릭과 캣의 사랑이야기가 중심을 잡는다. 여기서 캣의 단단한 철옹성을 녹이는 히스 레저의 미소가 영화 내내 이어진다. 그의 눈빛은 지고지순한 정열로 빛나지만 가지런한 치아와 입동굴이 매력적인 미소를 가지고 있다. 거칠지만 달콤한 순정 로맨스의 정석 남자 주인공이다. 그러면서도 얼굴 가득 장난끼도 요목조목 가득하니 사랑에 빠질 수밖에.  

    

  이야기는 펼치자마자 해피엔딩이 정해져 있지만, 한 바탕 제대로 꼬인 하지만 건강한 십대들의 사랑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이렇게나 풋풋하면서도 강렬한 사랑이라는 것도 있구나 싶다. 이제는 사랑에도 밀고 당기고, 간도 보면서 이도저도 아닌 관계를 즐기는 ‘썸’이 있고, 한편으로는 결혼으로 가는 일종의 사랑의 단계별 계산식이 있는 나이 대를 살다보니 한 사람을 향해 지고지순한 구애를 하는 이 영화가 더 눈에 박힌다. 사랑도 순수했었구나. 어린 조셉 고든 레빗의 함박웃음과 히스 레저의 귀여운 입동굴 사이에서 요즘의 사랑은 다 바래진 것 같은 생각이 스쳤다. 사랑에 반짝거리는 그 남자들의 미소들을 보면서 아직 순수함이 남아있던 사랑들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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