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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May 08. 2019

[20th JIFF] 전주의 수수한 햇살과 영화의 위로

"전주에 가면 수수한 햇살이 나를 향해 반짝여"

  

  오늘의 사운드 트랙은 ‘이상한 계절’의 ‘전주에 가면’이다. 그들의 노래처럼 5월 8일의 전주의 햇살은 수수하고 따뜻하다. 전주의 아침 햇살을 따라 향한 곳은 팔복예술공장이다. 원래는 25년 동안 카세트를 생산하던 공장이었던 부지였다가 이제는 예술을 만들어내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팔복예술공장은 깨지고 부서지며 속을 드러내 놓고 있는 거대한 동물의 잔해 같았다. 그 자체로 움직이고 있는 시간 속에 함께 있는 느낌을 주었다.    



  

  팔복예술공장에서는 전주 국제영화제가 올해 5번째로 선보이는 <100 Films, 100 Posters>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관객이 영화를 마주할 때 바라보는 첫 얼굴이 바로 포스터다. 영화 산업에 있어서 오래토록 함께한 ‘디자인’의 힘을 이 전시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100명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재해석한 20회 전주 국제영화제의 100편의 포스터는 영화제가 열리는 지금, 전주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전시다.     


 

  큰 벽면을 길게 가득 채운 포스터들. 어느 하나 배경인 것 없이 다 각자의 색으로 빛을 내고 있다. 전주 국제영화제 측에서 100명의 디자이너에게 건 조건은 ‘영화의 제목’과 ‘전주 국제영화제 로고’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포스터들은 영화의 제목을 십분 살려 한 눈에 영화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는 반면, 어떤 포스터들은 영화의 분위기와 내용으로 전혀 다른 상상을 펼치기도 하였다. 그런 작품들은 어떤 작품인지 이름을 맞춰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마음에 든 포스터들은 구매도 할 수 있다. 이미 몇몇 작품들은 동이 나있었는데, 지난 영화제 기간 동안 이 곳도 많은 사랑을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팔복예술공장과 영화의 거리를 잇는 셔틀버스가 20분 간격으로 운영된다고 하니, 방금 본 영화들의 색다른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전시 <100 Films, 100 Posters>도 많이 찾아보셨으면 한다.    



오전에 분주함을 떨어, 시간이 남아 전주 국제 영화제의 곳곳을 걸어보았다. 전주 라운지에서 굿즈 구경도 하고, 전주 영화의 거리와 연결된 거리들을 구경했다. 아기자기한 장난감 가게에서 추억을 소환할 소품들을 사기도 하고, 접시만한 돈가스가 척척 두 장이 나오는 곳에서 이른 저녁을 먹기도 했다. 또 남는 시간에는 카페에 앉아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매일 받아볼 수 있는 ‘전주 국제영화제 공식 일간지’를 보기도 했는데, 영화제의 소식을 면밀하게 알고 싶다면 추천한다. 하루하루가 다양한 행사들로 가득 채워지는 영화제에서 내가 놓쳤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오늘 하루의 끝에는 영화 <국도극장>을 두었다. 고시를 실패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기태가 고향의 허름한 극장인 ‘국도극장’에서 일을 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느린 호흡으로 국도극장의 풍경에 스며드는 기태의 모습을 보면서 뜨끈한 위로를 받고 영화관을 나왔다. 해가 떴을 때 영화를 보러 들어갔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니 해는 저물어있었고 영화의 거리는 또 다른 색과 분위기를 띠었다. 적당한 온도의 봄의 밤과 반짝거리는 영화의 거리, 그리고 영화의 온기가 남아 있어 지상에서 살짝 발이 뜬 것 같은 기분으로 돌아가는 영화제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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