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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May 11. 2019

[20th JIFF] 자주 봐요, 우리


  어제 전주에서 마지막으로 <굿바이 썸머>와 <파도를 걷는 소년>을 보고 서울로 올라왔다. 둘 영화 모두 여름과 소년이 등장하는 영화였다. 하나는 부서질 듯 맑은 소년이 하나는 불안이 파도치는 소년이었다. 소년들이 여름을 겪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오며 손바닥으로 부신 눈을 가리며 여름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기고,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릴 때는 많이 소진되어 있었다고 생각했다. 기차를 타고 올라오면서 지하철이 보일 때는 반갑기도 했었다.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을 때, 나는 조금 놀랬다. 너무 시끄러워서. 사람들이 많다보니 한 마디씩만 해도 금방 소음으로 가득했고, 귀로 들리는 소음뿐 아니라 시야에 걸리는 많은 걸음들, 표정들이 소음처럼 느껴졌다. 그제야 나는 전주에서 소진되어 올라온 것이 아니라 영화 안에서 쉬다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제영화제에게 ‘자주 보자’는 말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한 치 앞도 모르는 내가 매년 갈 수 있다는 보장을 하기는 힘드니 ‘자주 봤으면’ 좋겠다. 영화제 자체도 그렇지만, 이번 스무 번째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보지 못했던 영화들을 다음 영화제까지의 기간 사이에 자주 만나기를 바란다. 영화로 충만한 그래서 오랜만에 정말 몸이 바닥나도록 즐거웠던 3박 4일이었다. ‘자주 봐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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