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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Jul 08. 2019

모난 세상에서 둥글게 살아남기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2019)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수중발레에 도전하는 중년 아저씨들의 여정을 담은 코미디드라마다. 주인공 ‘베르트랑’(마티유 아말릭)을 비롯한 중년의 수중발레단은 모두 세상에 상처받은 사람들이다. 2년 째 백수생활을 하고, 우울증을 앓고 있는 베르트랑, 폭언을 일삼는 어머니 밑에서 그녀를 사랑하는 동시에 증오하면서 까칠한 성격으로 자라와 사람들과 매번 트러블을 일으키는 ‘로랑’(기욤 까네), 촌구석에서 수영장을 파는 부도 직전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마퀴스’(브누와 뽀엘부르). 이밖에도 수중발레단에는 디지털화에 밀려서 더 이상 클릭 말고는 할 일이 없어진 수영장 관리인,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유일하게 그들을 들어 올려줄 청년 ‘존’(펠릭스 모아티)가 있다. 이 오합지졸 아저씨들을 통솔하는 코치 ‘델핀’(버지니아 에피라)도 유망한 수중발레 듀오였지만 자신의 파트너가 부상으로 더 이상 운동을 못하게 되자 함께 주저앉아 지금은 알콜 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처지이다. 

  이들은 영화 초반의 나레이션처럼 정해진 모난 세상의 구멍에 들어가지 못한 마음이 둥근 사람들이다. 모난 세상에 부딪힌 둥근 마음들은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찌그러져 있다. 상처받은 마음을 띄워주는 것은 네모난 수영장에 담긴 무형의 물이다. 물 안에서 아저씨들은 아이들처럼 물장구칠 수 있었고, 델핀도 그런 아저씨들에게 시를 읽어주며 치유의 시간을 보낸다. 물은 그들의 모양을 모두 담아 주기에 그들은 그 안에서 자유롭다. 

  우연히 남자 수중발레 세계 선수권 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수중발레단 아저씨들과 델핀은 큰 부담감 없이 대회에 신청서를 낸다. 하지만 그 즈음 델핀이 다시 술에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남자 수중발레단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바로 델핀과 묘한 경쟁 사이였던 그녀의 전 수중발레 파트너 ‘아만다’(라일라 벡티)가 아저씨들끼리 엉망진창으로 수중발레를 하는 것을 보고서 코치를 자처한 것이다. 아만다는 아저씨들을 마구 몰아붙인다. “여성성을 찾으면 더 남자다워질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델핀도 경계를 넘어서는 열린 시각의 소유자였지만, 아만다는 더 강하다. 그녀는 자신이 도와달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자신에게 와서 휠체어를 끌어주려는 아저씨의 뺨을 한 대 세게 날린다. 장애인이지 환자가 아니며, 자립한 하나의 개인이라는 것을 따끔하게 알려준다. 매번 격려와 응원을 마지않던 델핀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선수들을 강하게 키우는 코치 아만다. 그녀와 아저씨들은 서로 물고 뜯어가면서 이해하게 되고 수중발레는 물론 관계까지 단련하게 된다. 

  영화를 따라 가다보면 어느 지점부터는 해피엔딩의 기운이 강하게 불어온다. 하지만 이 해피엔딩이 진부하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영화 속의 해피엔딩은 실제로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 것이기에 우리는 삶을 새로 닦은 듯 반짝거리는 중년 아저씨들의 역전된 인생을 보며 미소 짓게 된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의 해피엔딩은 영화 속 인물들과 같은 상처를 안고 있는 우리의 삶에 던지는 위로이기도 하다. 영화는 네모난 수영장에서 서로를 받쳐주고, 던져주며 끝내 서로의 손을 잡아서 원을 만들어 내는 이들에게 행복을 선물한다. 이렇게 영화는 모난 세상에 상처받은 둥근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를 던진다. 모난 세상은 둥근 우리를 계속해서 상처주고 우리의 모양을 점점 더 원이 아니게 만들지도 모르겠으나, 우리는 손을 잡아 더 커다란 원을 만들 수 있다고. 그렇게 모난 세상을 넘는 커다란 원이 되어 가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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