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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Jul 10. 2018

잉글랜드 이즈 마인

이 청춘이 외로운 이유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후기입니다. 또한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고립된 청춘을 보내고 있는 청년 ‘스티븐’(잭 로던). 지역신문 독자란에 글을 쓰며 섬세하게 세상을 읽어내는 그는 자신의 천재성을 그 누구보다도 믿고 싶다. 하지만 생계를 빌미로 한 일상의 소용돌이는 소심하면서도 유약한 그를 서서히 빨아들인다. 

  그렇게 세무서에서 ‘남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며 ‘이탈을 꿈꾸는’ 그에게 아티스트 ‘린더’ (제시카 브라운 핀들레이)가 독자란을 통해 회신을 한다. 우연한 기회로 만나 세상을 향한 같은 감수성을 공유하며 소울메이트가 된 두 사람. 거기에 기타리스트 ‘빌리’(애덤 로렌스)가 더해지며 스티븐은 밴드를 만들겠다는 자신의 꿈에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일상의 소용돌이는 결코 이 천재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영화 <잉글랜드 이즈 마인>은 뮤지션들이 사랑한 밴드 ‘더 스미스’의 보컬 ‘모리세이가 밴드를 시작하기까지 겪은 외로운 청춘의 부침(浮沈)을 그려낸다.      



- 이 청춘이 외로운 이유


  스티븐의 세계는 깊고 좁다. 그는 밴드를 만들어 역사에 자신의 노래를 새기고 싶어 하는 열망이 있지만, 그 열망은 깊이 고이기만 할 뿐 밖을 겨냥하지 못한다. 섬세하고 소심한 성격 때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는 아직까지 그의 천재성을 증명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그는 그를 향해 소용돌이치며 몰려오는 현실을 뚫고 나갈 힘이 없다. 자신을 믿고 싶지만 믿을 수 없는 자신의 우물 속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친구 안지가 툭 던진 “어른이 되면 다시 만나”라는 말은 특별한 공명을 일으키지 못한다. 그래서 스티븐의 청춘은 내내 혼자였고 그래서 그는 외롭다. 

  우물 속 스티븐을 깨워 올린 건 그와 같은 주파수를 가진 ‘린더’였다. 린더는 스티븐처럼 돌아가는 일상 밖에 있는 사람이면서도 꿈의 날을 갈아 현실을 해쳐나가는 사람이다. 린더는 커다란 신문, 조막만한 독자란에 적힌 스티븐의 천재성을 알아본 사람이자 그에게 내려온 동아줄 같은 친구다. 그녀와 빌리로 인해 스티븐은 공연도 서게 되고 그 일로 런던으로 갈 기회가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런던 측 매니저가 기타리스트 빌리만 필요하다고 말을 고치면서 스티븐은 천운을 잡은 천재에서 보잘것없는 개인으로 추락하게 된다. 이 일로 빌리는 스티븐에게 있어서 열등감이라는 큰 구멍으로 자리하게 된다.

  런던에 함께 가자는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스티븐은 런던에 가는 것 말고 다른 계획이 있냐고 묻는 누나에게 “내 사전엔 A 밖에 없다”고 말한다. 자신에 도취되었던 그가 나락으로 추락했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몇 없었다. 그는 자신을 다시 빙글빙글 도는 일상에 유폐시킨다. 가족 내에서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자신과 가장 먼 존재인 아빠를 따라 병원에서 일하며 생활하게 된 스티븐. 그는 그 곳이 자신의 끝인 줄 알았지만 그 곳에서 암으로 투병 중이었던 친구 안지와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삶의 유한함을 목격한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유한한 시간 속에서 현실과 꿈 사이에 어느 줄에도 서지 못한 스티븐은 우울과 불안의 시간을 보낸다. 자신의 우물 속 깊게 빠져버린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너의 세상을 만들라”는 엄마의 한 마디였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그는 클럽에서 헤드폰을 듣고 있다. 모두가 같은 음악을 들으며 같은 춤, 같은 감각에 흥청이며 시간을 보내는 그 곳에서 그는 자신의 귓전, 은밀한 공간에서 자신의 날을 세운다. 

  영화의 후반부 스티븐은 조지를 만나 밴드를 시작한다. 방 안, 은은하게 퍼지는 스탠드 불빛이 맺힌 조지의 기타 줄과 스티븐의 타자기는 들리는 음악과 보이는 영상을 넘어 시작에 부풀은 청년들의 반짝이는 감각을 전한다. 섬세하고 유약했던 청년 스티븐에게 영화는 하나의 말을 반복적으로 제시한다. ‘너 자신이 되어라’. 린더도 그랬고, 엄마도 그랬다. 애초에 자신이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지만 가장 믿지 못했던 말이다. 영화가 청년 스티븐이 가진 섬세하고 복잡한 내면을 보여주고서 영화가 건져 올린 단 하나의 말. 비록 그의 속 깊은 사정은 반복된 말 속에서 유실되었을지 모르지만, 영화가 스티븐과 같은 외로운 청춘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분명하게 남긴 것 같다. “너만의 세상을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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