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생일선물로 암이 찾아왔다면

달리다꿈, <스물아홉, 암이라는 생일선물>

by 지지


다운로드 (1).jfif


▶ 줄거리


앞만 보고 달려온 이십대의 끝무렵, 화자는 갑작스런 암 선고로 인해 일상이 무너진다. 일상을 다시 회복하고자 하는 화자의 암 투병 에세이.


▶ 감상


북페어에서 이 책을 구매한 이유는 단 하나다. 왜 암이라는 누가 봐도 나쁜 질병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최악일 질병에게) 생일선물이라고 한 걸까. 화자가 암을 생일선물이라고 부르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그게 궁금했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책을 집어들었다.


읽으면서 생일선물은 암 자체가 아닌 암 수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암에 무지한 나는 암이 너무 심할 경우에는 수술을 못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경우가 심하면 하는 것이 수술이라 생각하던 나는,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손도 쓸 수 없어 수술하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상식이었을지 모르나 내게는 그랬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책의 p.55 소제목 “엄마 나 조폭 같지?” 였다. 화자는 샤워를 하기 위해 나체 상태로 거울을 보다가 자신의 몸에 생긴 암 수술 흉터를 보고 엄마를 웃겨주기 위해 나가서 “엄마, 나 자갈치파 두목이야!” 라고 외친다. 그러자 엄마는 헐, 하고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가 이내 눈물을 보이고, 화자는 보람이 없다며 욕실로 돌아가 함께 눈물을 훔친다.


이 장면에서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흉터로 가득한 내 발을 보고 물리치료 선생님은 자주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지지야, 나중에 학교에 가게 되면, 누가 거기서 널 괴롭히면 이 수술 흉터를 보여주면서 말해. 나는 장미파라고. 함부로 건들이지 말라고. 그러면 어린 나는 속도 없이 깔깔 웃었다. 병실로 돌아와 (재활병원에 입원해서 학교 대신 재활치료실을 수업 듣듯 다니던 시절이었다) 엄마에게도 나 장미파 두목이야! 하고 농담을 건넸다. 엄마도 웃었다. 그때 나는 너무 어렸고 엄마의 마음을 짐작할 수 없었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니 그 당시 어린 딸이 흉터를 갖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 엄마 마음에 어떤 울림을 주었을지 많은 생각이 든다.


화자는 암에 걸린 것을 자신을 탓하지 말라 말한다. 그 말이 맞다. 조한진희 작가님의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프롤로그를 보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질병은 내 삶에 상처를 입혔다. 잘못 살아서 아픈 거라는 자괴감에 스스로를 미워했다. 소중한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자책감에 무거웠다. 질병 때문에 삶의 결정권을 잃고 계획이 무너지면서 상실감에 넘어졌다. (중략) 질병은 죄가 없었다. 몇 년간 응시한 끝에 비로소 얻게 된 결론이다. 내가 상처입은 것은 질병 때문이 아니라, 질병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 때문이었다. 아픈 몸이 되고서야 비로소 우리 사회가 건강 중심 사회임을 알게 되었다. 질병이 내 몸의 일부일 수 있음을 인정하자, 세상이 다르게 읽혔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가 장애인들을 배제하듯이, 건강 중심 사회는 아픈 몸들을 배제하고 있었다. 아픈 몸들을 자책감의 나락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조한진희,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프롤로그 일부 발췌


조한진희 작가님의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세이 중 하나인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바로 또 생각이 나서 읽어보았다. 달리다꿈 작가님께서도 한 번 읽어보신다면 좋겠다. 질병은 오롯하게 개인만의 문제가 아님을 첨예하게 분석하고 파헤치는 에세이다. 내게 위로가 되었듯, 작가님께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세상을 조금 더 귀엽게 만드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