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내 손에 내려앉아 사라질

이규리, <당신은 첫눈입니까>

by 지지

▶ 감상


이 책은 공시를 준비할 때 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목이 내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 당신은 첫눈입니까. 누구를 보았기에, 그가 어떤 의미로 시인에게 다가왔기에 그는 그를 첫눈이라 여기고, 첫눈인지 공손하게 물을 수밖에 없었을까.


해설까지 다 읽은 후 책을 덮고 나니 아리송한 마음으로 이대로는 독후감을 완성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허하는 대로 시인의 의도를 짐작해가며, 때로는 곡해해가며 이 시집을 다시 읽어보고자 한다.


소설에서 썼던 감상과 달리 이토록 두리뭉술한 감상을 적는 이유는, 내가 시에 대해 쥐뿔도 모르기 때문이다. 문예창작과를 복수전공하면서 수업을 몇 번 들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가 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언젠가 복수전공으로 들어온 내게 교수님이 시는 뭐라고 생각하느냔 질문에 얼이 빠져선 짧은 글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다행히 교수님도 학우들도 비웃지 않았다.) 시의 넓은 세계에 대해 말씀해주시던 교수님의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그 강의실에서 모르는 시에 대해 깊이 사유하던 나만큼은 생생하다.


이규리 시인의 <당신은 첫눈입니까>는 섬세하게 쓰여진 시들로 가득하다. 하나하나가 촘촘하게 짜여진 눈송이의 결정을 보는 것 같았다. 이 계절에 읽기 좋은 시집이라 생각한다. 추운 겨울이면 생각나게 될 시집. 계절 뿐만 아니라 마음에 눈보라가 휘몰아칠 때에도 읽기 좋은 시집이다. 시집을 읽으면서 위로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는 밀도가 높은 언어로 작성된 글이라 생각한다. 함축적으로 많은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인상 깊은 시구 하나를 덜렁 올리는 것도 멋쩍고, 시 전체를 올리자니 문학도로서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고민 끝에, 인상적이었던 시구 하나를 올린다. 시구에 관심이 가신다면 꼭, 꼭 시집 전체를 일독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우리, 단단함에 대해 적을 것이 아니라
하염없이 무너지도록 힘쓸 일이 없도록

아침엔 토마토를 구워요

당신을 당신 바깥으로 놓아보아요

/이규리, 정말 부드럽다는 건, <당신은 첫눈입니까>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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